[기업의 질문]

“자사 관련 논란이 크게 발생해 벌써 한 달여간 정신없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임원부터 인력들이 모두 지쳐 있고요,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돈뿐입니다. 추가적으로 여러 일들이 또 있는데 어떡해야 할까요? 대표님은 데미지 컨트롤에 집중하라는데요?”

[컨설턴트의 답변]

데미지 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단 위기관리라는 개념과 데미지 컨트롤이라는 개념 간에 차이를 좀 살펴봐야 하는데요. 위기관리는 전통적으로 위기관리 주체가 ‘선제적’으로 문제 상황을 관리해 불필요한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데미지 컨트롤이란 위기관리 개념보다는 다분히 ‘방어적’ 개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일단 해당 위기 유형이 일반적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 위기관리 주체는 데미지 컨트롤 전략을 선택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에 대응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죠.

가장 흔한 예가 대형재난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지진이나 해일 등으로 엄청난 인구가 피해를 입었을 때 정부는 데미지 컨트롤을 실행합니다. 재난 상황 이후 추가적으로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국민들을 구제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려 노력하는 것에 일단 집중하는 것이죠.

이 경우 일단 위기관리 주체는 발생한 데미지를 감내하는 한편, 추가적 데미지를 방어해 해 내는 활동에 집중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고, 그 상황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한 모든 방어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상황이 안정되면 이미 입은 데미지를 돌아보며 관리하게 됩니다.

데미지 컨트롤은 대부분의 노력을 최악의 상황 방지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위기관리가 여러 다양한 해결책 마련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균형을 이루어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하는 것이라면, 데미지 컨트롤은 주로 상황관리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최악으로 흘러가는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이 분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죠.

데미지 컨트롤을 대응 방식으로 택한 많은 기업들은 시끄러운 위기 상황에서도 수면 하에서 몇 가지 노력에만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법적 대응에 집중해 자사의 중대 책임을 일단 벗어보려 합니다. 주요 피해자들과 합의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보려 합니다. 규제 및 수사기관과 담판을 벌입니다. 공격적인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점관리에 힘을 씁니다.

반면 외부 언론이나 온라인 등에서 어떤 비판과 지적이 있어도 그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주체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제한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반적 위기관리 방식으로는 관리되지 않을 위기 유형이라는 판단을 하는 경우 위기관리 주체는 데미지 컨트롤을 선택한다 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어떤 경우일까요? 대부분은 자사에게 상당한 책임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이미 상당한 데미지가 발생 해 추가적인 데미지가 생기면 재앙이 되는 경우, VIP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중대한 위기인 경우일 것입니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데미지 컨트롤을 한다는 것은 이미 해당 위기는 응급실에 들어갔다는 의미와 유사합니다. 출혈이 막대하고, 심박동이나 여러 생체 수치가 최악의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의사는 어떻게든 생명은 살려야겠다는 목적을 가집니다. 사고로 상한 신체 부위가 있다면 보다 과감하게 조치를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이죠. 일단 생명을 살리고 나야 정상 생활을 위한 재활은 그 다음입니다.

기업은 데미지 컨트롤에 대한 생각을 하기 이전에 응급실에까지 들어갈 위기를 만들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데미지 컨트롤이라는 개념보다는 위기관리 개념을 통해 사전과 사후에 걸친 정상적 대응과 전략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이 건강해야 위기관리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