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1. 삼성증권 투자자 8명은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로 인해 주가 폭락 등의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6월 22일 삼성증권을 상대로 1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지난 4월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1000주를 배당해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주식 28억주가 직원들 계좌에 잘못 입고되는 일이 있었는데, 삼성증권 직원들은 잘못 배당된 주식 501만주를 만연히 시장에 매도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6월 21일 삼성증권에 대해 신규 위탁매매 6개월 영업정지와 대표이사 직무정지 및 해임권고의 징계처분을 했고, 같은 날 검찰은 잘못 배당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주식을 매도한 전직 삼성증권 직원 3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2. 금융감독원은 6월 24일 올해 2월부터 5월 사이 시중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사한 결과, 일부 은행이 대출자 소득이나 담보를 빠뜨리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된 피해에 대해서는 환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금융권의 잇따른 모럴해저드가 비난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시발점이 된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대표이사에 대한 중징계, 관련 직원들에 대한 검찰 고발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 금융계에 만연한 모럴해저드가 일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현재의 미온적인 행정적, 사법적 시스템만으로는 금융계에 이미 만연한 왜곡된 ‘동물적 본능’을 잠재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경우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신규 위탁매매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했으나, 고객의 ‘충성도’가 강하기로 유명한 삼성증권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또한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직원들 역시 회사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기로 한 손해액, 즉 회사가 이번 사건으로 입은 손해를 회사에 배상하고 회사와 합의를 한다면, 실형을 면하거나 피해 금액에 비해 경미한 수준의 처벌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배임 등과 같은 ‘재산범죄’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피해 회복 및 피해자와의 합의가 법원으로부터 선처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양형조건이다. 그에 반해 충분히 배상받지 못해 이번에 삼성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로 한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피해 액수의 특정, 투자자의 손해와 관련된 상당인과관계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비자들은 이른바 정보의 대칭성으로 인해 입증자료 수집 자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조작사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현재로서는 금융감독원이 대출금리를 조작한 시중은행들에 대해 어떠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감사를 통해 진상을 확인하고도 대출금리를 조작한 시중은행이 어디인지조차도 함구해 온 금융감독원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금융감독원은 피해자들에게 차액만큼을 환급해 주도록 하는 선에서 은행권에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로 구체적인 피해 현황과 실태부터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만약 피해자들이 은행권으로부터 피해액을 배상받는다면, 피해자들로서는 더 이상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민·형사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진다. 우선 형사적으로 피해자들은 시중은행의 대출담당자, 더 나아가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행장 등 임원진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액인 대출이자 차액을 이미 환급받아 재산 피해가 모두 회복된 상태에서 이들이 실제 처벌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또한 민사 측면에서도 시중은행들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액인 대출이자 차액을 환급받은 후에는 손해배상 청구가 쉽지 않다. 우리 법원은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적 손해배상과 별도로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참조). 이른바 금융사고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가해자 혹은 가해 기업으로 인한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실제 손해액에 징벌적 의미로 추가 금액을 부과해 배상토록 하는 제도로, 현재 미흡한 수준인 금융감독원의 행정조치나 법원을 통한 민·형사적 제재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성과지상주의에 매몰된 금융계의 모럴해저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때로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와 같은 대형 사건을 발생시키는 트리거(Trigger)가 되기도 한다.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적 접근으로 금융계의 모럴해저드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