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테크 기업의 새로운 자금원으로 중국 투자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테크 및 의료기술 분야 신생 스타트업들이 값비싼 연구를 위한 새로운 자금원을 발견했다. 바로 중국 투자자들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Bain & Co.)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 캐피탈과 사모 펀드의 대외 의료 분야 투자는 지난해 35억달러(4조원)로, 5억달러에 불과했던 4년 전에 비해 7배나 증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투자 자금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주식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생명과학 회사의 경우 이들의 자금은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Menlo Park)의 혈액 검사 스타트업 그레일(Grail Inc)은 지난 5월 3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투자자 9명 전원이 모두 홍콩 또는 중국 본토 출신이었다.

이들의 투자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제약, 의료기기, 진단 테스트 기업 등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까지 이런 회사들은 후속 자금조달시장에서 136억달러를 모았고, IPO를 통해 19억달러를 추가 조달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2015년을 제외하고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자금 유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회사들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고,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중국 투자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해 경기가 침체되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사모펀드 회사들과 투자 제휴 경험이 있는 뉴욕의 이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E Squared Capital Management)의 헬스케어 포트폴리오 매니저 레 펀트레이더는 “시장이 과열되면 회사들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될 위험이 있다”며 “일부 시장에서 거품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당분간은 헬스케어 시장이 투자하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헬스케어 부문의 좋은 실적은 급격하게 불어난 자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중국 펀드 매니저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상하이의 컨설팅 업체 차이나바이오(ChinaBio)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 캐피탈 및 사모 펀드는 지난해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400억달러나 조성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13년의 역사를 가진 홍콩의 투자 은행 겸 자산운용 회사인 QMIS 금융그룹(QMIS Financial Group)의 다토스리 친 대표는 잠재 목표 기업 몇 군데를 최근 방문하고 왔다면서, 공개 상장될 예정인 비공개 헬스케어 기업에 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 대표는 “이런 투자가 위험스럽기는 하지만, 미국 시장은 그런 기업들을 잘 양성해 성장하도록 도울 능력이 있는 곳”이라며 “바이오테크 기업은 투자 회수가 빠른 편”이라는 솔직한 말도 덧붙였다.

중국 자본은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를 지원하는 데 기꺼이 돈을 투자한다. 매사추세츠 렉싱턴(Lexington)에 있는 타리스 바이오메디컬(Taris Biomedical LLC)의 크리스 시어시 비즈니스총괄책임자(CBO)는 “회사가 방광 치료법 연구를 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매우 절실했는데, 지난해 12월에 상하이의 자산운용사 용화캐피털(Yonghua Capital)이 주도해 2500만달러(2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벤처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 중에는 미국과 유럽의 생명과학기업(Life-Sciences) 전용 투자 기금을 조성한 곳도 있다.

13년차 회사인 상하이의 퀴밍벤처파트너스(Qiming Venture Partners)는 지난해 미국의 생명과학기업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중 40%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Redwood)에 있는 암 치료제 개발 바이오테크 회사인 아모 바이오센스(Armo BioSciences Inc.)에 투자했다.

중국 펀드 매니저들과 투자자들은 그들이 투자한 미국과 유럽의 제약, 의료기기, 진단 테스트 기업들을 아예 중국 본토로 유치해 더 많은 돈을 창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중국의 생명과학 분야 발전을 장려해 온 터다.

혈액 검사 스타트업 그레일의 대변인은 회사의 아시아 지역 확장 계획에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나라가 ‘자연스러운 후보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말에 중국 남부에 만연하고 있는 희귀 암 중 하나인 두경부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를 위해 홍콩에 지사를 개설할 계획이다.

베이징의 벤처펀드 3E 바이오밴처캐피털(3E Bioventures Capital)은 메릴랜드 락빌(Rockville)에 있는 온코이뮨(OncoImmune Inc.)을 포함해 12개의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온코이뮨이 올해 중국에서, 줄기세포 이식 후 발생하는 급성 대숙주성(對宿主性) 이식편병(移植片病)(Acute Graft-Versus-Host Disease)을 치료하기 위한 실험용 약을 테스트하는 것까지 도울 계획이다.

베이징의 위안밍 캐피탈(YuanMing Capital)도 2015년에 2억달러 이상을 미국 헬스케어 회사에 투자했으며, 최근 매사추세츠 리틀턴(Littleton)에 있는 메비언 메디컬시스템(Mevion Medical Systems Inc.)이라는 회사에 1억5000만달러의 투자 라운드를 마쳤다. 위안밍의 티나 유 파트너는 이 회사가 양성자 기반의 방사능 장치를 중국에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공장 시설까지 이전하는 것도 돕기 원한다고 말했다.

티나 유 파트너는 자신이 메비언의 새 최고 경영자로 부임할 것이라면서, 메비안이 중국으로 이전하면 중국에는 그런 장치의 경쟁자가 없다는 점과 생산 비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모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