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5G 주파수 경매가 종료되며 통신3사의 내년 5G 상용화를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으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강자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며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와 관련된 백도어(정보유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5G 통신장비를 화웨이에 맡기면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G 주파수는 총 2개 대역이다.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주파수 경매를 통해 각자의 주인이 정해졌다. 주력은 3.5GHz 대역이다.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전파 기능성이 강력해 5G 상용화의 핵심 주파수로 여겨진다. SK텔레콤과 KT가 100MHz 폭을, LG유플러스가 80MHz 폭을 가져가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을 두고 통신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통신장비업체 선정에 시선이 집중된다. 통신사가 주파수를 확보했다면 다음 단계는 통신장비를 통해 실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 대목에서 화웨이의 유혹이 강하다. 삼성전자가 28GHz 대역 통신장비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반면 화웨이는 주력인 3.5GHz 대역 통신장비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현재 1위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해 기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화웨이가 점유율 29.3%로 1위, 스웨덴의 에릭슨이 점유율 23.5%로 2위, 핀란드의 노키아가 점유율 20.6%를 기록해 3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국내에서 화웨이는 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4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의 흐름으로 보면 통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손을 잡는 것이 맞다. 그러나 화웨이가 글로벌 1위 사업자로 군림하며 일종의 시장 포식자로 활동하는데다, 3.5GHz 대역 통신장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장면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화웨이 통신장비는 저렴한 가격에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27일 개막을 앞둔 MWC 상하이에서 각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조심스레 접촉하려는 이유다.

통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전격적으로 화웨이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동통신 시장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맞아 극적인 뒤집기를 노리고 있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화웨이의 우수한 장비를 사용할 경우 인프라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4G 시절 화웨이와 함께 기간망과 일부 단말기를 활용했던 사례도 있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현재 화웨이의 고문이다.

문제는 화웨이의 손을 잡았을 때 불어올 수 있는 역풍 가능성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백도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국가 기간망인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 유출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만약 통신3사가 모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면 토종 장비업체의 연쇄적인 도산도 예상가능하다.

5G 시대가 시작되면 화웨이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직접 5G 육성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가운데, 화웨이는 연말 5G 스마트폰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5G 표준이 확립되는 것과 5G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출시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5G 지원 단말기는 빠른 5G 상용화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빠른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통신3사는 늦어도 10월에는 3.5GHz 대역 통신장비를 선정해야 한다. 시간이 빠듯한 상태에서 정부가 무리한 5G 상용화 일정으로 통신3사가 화웨이의 손을 잡도록 유도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 운용을 경계하고 있으나, 결론적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일정이 나온 것을 두고 각계의 지적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3.5GHz 대역 통신장비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 가운데, 시간에 쫒기는 통신3사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