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들인 사랑처럼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경자 작가(ARTIST SUH KYOUNG JA)

누가 ‘사랑은 서로에 물들이는 것’이라 했던가. 기의 흐름이 바깥세상으로 흘러나가 우주에 흩어져 있는 새로운 생명의 기운과 함께 돌아와 우리를 물들인다.

 

울창한 숲 사이 불어오는 남실바람, 대나무 잎이 나부끼고 야생초들이 경쾌히 재잘거리며 춤을 추네. 한걸음씩 대숲으로 들어간다. 짙푸른 잎 사이 스며드는 햇살의 투명한 순수여. 피곤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는다. 눈을 감는다. 불어오는 죽림(竹林)의 속삭임.

 

길…. 태양, 달, 내 마음의 길. 꿈이런가. 숲 속에서 새 한 마리 후드득 날개 짓 한다. 생명의 하얀 나무는 가벼이 흔들리고 조그마한 호숫가 나뭇잎 하나 어디선가 날아와 내려앉는다. 세상 모든 삼라만상이 펼쳐지는 길.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

 

나뭇잎 흔들려 햇살 스미네. 소리무늬, 세월무늬, 물무늬, 하늘무늬…. 세상은 온통 무늬가 수놓은 한 폭의 그림. 꿈인가하네, 구도자의 꿈. 침묵하게 하네!

 

서경자 화백은 “내가 추구하는 미학의 결은 ‘명상’에 기인한다. 작품의 좋은 기운들이 화면 밖으로 나아가 우주 어느 곳과 아름답게 소통하고 그리하여 다시 돌아와 위로하고 힐링 받는 세상을 꿈꾼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