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카 카메라의 손목시계 'L1'(좌)과 'L2'. 출처=호딩키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빨간 딱지’는 카메라 애호가들의 로망이다. 라이카 카메라의 동그란 빨간 로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라이카 카메라의 ‘빨간 딱지’가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지도 모르겠다. ‘카메라계의 명품’ 라이카 카메라가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사은품으로 끼워줄 만한 엉성한 건전지 시계가 아니다. 제대로 만든 기계식 시계다. 종류는 두 가지. 이름은 ‘L1’과 ‘L2’다.

이야기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드레아스 카우프만(Dr. Andreas Kaufmann) 라이카 카메라 회장은 시계 제조의 꿈을 꿨다. 라이카 카메라의 시계 제조 프로젝트는 꽤나 진지했다. 라이카 카메라는 독일 시계 명가 랑에 운트 죄네부터 크로노스위스, 한하르트 등 각종 시계 브랜드를 찾아갔다. 정통 시계 브랜드로부터 시계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습득한 라이카 카메라는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 라이카 카메라의 둥근 빨간 로고에서 영감을 받은 루비 장식 크라운. 출처=호딩키
▲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라이카 M3의 라이트 미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출처=호딩키

라이카 카메라가 만든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L1’은 시, 분, 초, 날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세팅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시계다. ‘L2’는 여기에 GMT와 낮/밤 인디케이터 기능을 추가했다. 재미있는 건 시계 곳곳에서 라이카 카메라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라운 위 루비 장식은 라이카 카메라의 동그란 빨간 로고를 연상케 하고 시계의 잔여 동력을 알려주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라이카 M3의 라이트 미터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시계 모두 직경 41㎜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블랙 다이얼을 장착해 시크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전한다. 어딘가 모르게 라이카 카메라와 닮아 있는 인상이다.

 

▲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출처=호딩키

그렇다면 시계의 심장, 무브먼트는 어떨까? 라이카 카메라는 독일 남서부의 삼림 지대에 위치한 정밀 기계 회사 레만 프래치시온(Lehmann Präzision)의 힘을 빌려 시계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레만 프래치시온 내엔 레만 슈람베르크(Lehmann Schramberg)라 불리는 시계 부서가 있는데 라이카 카메라는 스위스 시계와는 차별화된 진짜 ‘MADE IN GERMANY’ 시계를 완성하기 위해 이들과 손을 잡았다. 실제로 ‘L1’과 ‘L2’의 무브먼트를 들여다보면 오직 라이카 시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다. 매뉴얼 와인딩 방식으로 구동하며 파워 리저브는 최대 60시간으로 넉넉한 편이다.

 

▲ 시계가 작동 중일 땐 세팅 인디케이터가 흰색이다. 출처=호딩키
▲ 크라운으로 시간을 조정하면 빨간색으로 바뀌는 세팅 인디케이터. 출처=호딩키

다음으로 시계의 작동법을 설명하자면, 3시 방향의 크라운으로 시간을, 2시 방향의 푸시 버튼으로 날짜를 조정할 수 있다. 크라운을 돌려 시간을 조정할 때 다이얼 중앙에 위치한 세팅 인디케이터가 흰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며 초침이 영점으로 돌아간다. ‘L2’의 경우 4시 방향에 위치한 별도의 크라운을 통해 내부 베젤을 회전시킬 수 있다. 

 

▲ 라이카 카메라가 만든 손목시계 'L1'. 출처=호딩키

마지막으로 가격. 아직 정확한 가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L1’의 경우 1만유로 내외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00만원대일 텐데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같은 값이면 롤렉스, 까르띠에, IWC 같은 정통 시계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기능의 시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다. 라이카 카메라의 손목시계 ‘L1’과 ‘L2’는 올해 400점가량 생산될 예정이다. 올해 말부터 라이카 부티크와 독일 내 주요 시계 딜러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