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발적’이고 ‘비싸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이후 군사훈련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번에는 상륙전력으로 대북 억지력의 핵심인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의 이행을 위해 미국은 적대국 북한은 가까워지고 동맹국 한국을 멀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이 손 안대고 한미군사 훈련 중단의 성과를 얻어 군사 외교 측면에서 한국에 승리한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한미해병대의 정례 군사훈련을 중단할 경우 한미 연합군의 대북 억지력 약화는 불을 보듯 훤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정은의 외교가 한국과 미국의 전략을 무력화하고  외교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는다.

▲ 한미 해병대가 지난 2015년 포항에서 한미 연례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의 하나로 합동 상륙훈련을 벌이고 있다. 출처=VOA

한미해병대 훈련 무기한 연기

국방부는 23일 “한미간 긴밀한 협의하에 향후 3개월 이내 실시될 예정이었던 2개의 한미해병대연합훈련(KMEP)을 무기한 유예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는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라면서 “북한이 선의에 따라 생산적인 협의를 지속한다면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22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인 한국과의 협조하에 엄선된 훈련들을 무기한 중단했다”고 밝혔다.

화이트 대변인은 “이는 앞서 일시 중단한 UFG 연습을 포함해 다음달부터 3개월 동안 예정된 2회의 한·미 해병대 교환 훈련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이 갑비싸다고 비난하는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이 "값비싸고 대단히 도발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밀어붙였다. 그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북 비핵화협상에서 군사훈련을 중단시킨 것은 자기의 제안"이라면서 "한미 군사훈련이 훈련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가며 선의의 협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고 아주 도발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연합 훈련이 갖는 군사 측면의 의미는 무시하고 오로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성과, 비용만 중시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미연합군 전력의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미 해병대는 KMEP 이름으로 연중 다양한 연합 훈련을 해 왔다. KMEP 훈련은 한미 해병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2012년부터 해 온 연합훈련이다. 상륙훈련과 공지 전투훈련, 설한지 훈련, 병과별 훈련 등 전국 각지에서 해마다 12~19회 가량 진행된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가 백령도나 포항에서 우리 해병대와 함께 하는 훈련이다.
한국 해병대 병력은 2개 사단, 2개 여단 등 약 2만8000명 규모로 세계에서 미군 다음으로 많다.
 
앞서 한미 국방부는 지난 19일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이언(UFG) 연습을 공식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언급한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UFG 연습은 1953 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일환으로 정전협정에 의해 해마다 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한반도 우발상황 발생 시 한미연합군의 협조 절차 등을 숙지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병력이나 장비가 투입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유로 ‘비용 문제’를 강조해 비판을 받았다.

한미 군 당국의 UFG 유예 결정으로 우리군은 단독 훈련인 ‘태극연습’ 역시 연기했다.

국방부는 이번 을지 프리엄 가디언 연습과 2건의 KMEP 연기가 내년 봄 예정한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Foal Eagle·FE)에도 영향을 미쳐 중단시킬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올해 독수리훈련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4월로 늦춰 실시한 점을 미뤄보면 미북 관계 개선이나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보일 경우 이 또한 무기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레 오는 28일 방한하는 매티스 장관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가질 한미국방장관회담으로 쏠린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북미회담 후속조치와 이어지는 남북관계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UFG 연습 유예 결정과 관련된 후속 조치들에 대한 논의도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