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하는 조치를 했다. 이는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약 열흘 만에 이뤄진 것으로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13466호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확대된 대북제재 관련 행정명령 13551호(2010년 8월 30일), 13570호(2011년 4월 18일), 13687호(2015년 1월 2일), 13722호(2016년 3월 15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3810호(2017년 9월20일) 등이 모두 해당된다.

행정명령 13466호는 북한을 적성국교역법의 적용 대상에서 풀어주면서도 북한의 핵 확산 위험을 국가 긴급상황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행정명령을 근거로 미국 정부는 자산동결 등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지문에서 "한반도 내 무기화할 수 있는 핵물질의 존재와 그 확산 위험, 그리고 북한 정부의 정책과 행동들이 미국 안보와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지속적으로 흔치 않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북한을 특정해 제재를 가하는 이들 행정명령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 금지, 광물 거래 등 돈줄을 차단하는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동된 13810호는 특정 북한 기업이나 은행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의 재산을 동결해, 외국 기업이 북한과 미국 중 하나를 강제로 선택하도록 하는 2차 제재 효과도 갖고 있다.

대북 행정명령은 근거 법률인 미국국가비상조치법(NEA)의 일몰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효력을 연장하고자 할 경우 1년 마다 의회 통지와 관보 게재 조치를 통해 이뤄진다.

첫 행정명령 13466호가 2008년 6월 26일 발동됨에 따라 역대 대통령은 매년 6월말 효력 연장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연장 조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조치 연장은 6.12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북한은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아니라며 안심해도 된다는 본인의 최근 언급과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돌아오자마자 지난 13일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긴 여정이었지만 이제 모든 사람들이 내 임기 전보다 훨씬 안전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면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뚜렷한 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북회담 이후 중국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제재 연장 조치는 이날 북한의 일방적 핵폐기는 없다는 친북 매체의 주장을 미국 국무부가 일축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이외에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