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최근 평택항 야적장에서 붉은 불개미(Solenopsis invicta)가 발견돼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생태계를 교란하고 농작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범부처가 모든 힘을 다해 대응할 예정이지만 가능할지 미지수다.

붉은 불개미는 2.6mm~6mm 정도의 작은 크기로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된다. 주로 고온 다습한 곳에서 서식하며 도로 주변이나 잔디 등을 선호한다.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을 할 때 바람, 온도 상승기류 등에 따라 최대 수km까지 이동한다. 결혼비행을 하는 적정온도는 평균기온 영상 23도 이상이며, 우리나라는 5월~9월에 해당된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붉은 불개미를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환경부도 지난해 이 개미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붉은 불개미는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독이 있어 사람이 물리면 통증,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사람은 쇼크 등의 증상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개미전문가인 상지대학교 류동표 교수는 “독성의 세기는 꿀벌 독성의 약 5분의 1(1/5) 수준이다”면서 “토착종인 왕침개미보다는 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와 기타 곤충의 독성통증지수는 붉은 불개미가 1.2 수준일 때 꿀벌이 2.0, 작은 말벌이 2.0이다.

북미에서 일부 사망사례가 보고됐으나, 이미 2005년에 붉은 불개미가 유입돼 널리 정착한 중국과 대만(2004년 유입) 등에서는 이날까지 사망사례는 없다.

붉은 불개미는 번식력이 강하고 천적이 없어 토착 개미와 파충류, 소형 포유류를 집단으로 공격해 서식지 파괴 등 자연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 

이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며, 유기농업은 살충제를 쓰지 않으면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 또 식물 뿌리와 나무껍질을 뚫고 즙액을 섭취하는 특성이 있어 어린 묘목을 고사시키는 등 식물에 피해를 준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9일 평택항 야적장에서 붉은 불개미 발견과 관련해 이날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과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를 실시해 인근의 3개 지점에서 애벌레를 포함한 일개미 700여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는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가 지난해 가을께 수입 컨테이너에 붙어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수개미‧여왕개미와 유충 등 번식이 가능한 불개미 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 초기단계의 군체(같은 종의 생물이 집단을 이뤄 일정기간 동안 한 장소에서 사는 것)로 분석된다.

일개미는 군체초기에 나타나는 작은 개미가 많이 발견됐으나, 6mm이상 큰 일개미도 보여 올해가 아닌 지난해에 군체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붉은불개미가 분포하는 국가에서 컨테이너를 수입하는 12개 항만에 컨테이너 점검인력 122명을 투입하고 붉은 불개미 예찰활동을 강화 중이다.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이날부터 평택항에는 임시 검역인력을 추가해 총 12명이 조사 중이다.

정부는 22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붉은 불개미가 최근 연이어 두 차례 발견됨에 따라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범부처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검역본부는 관계부처 합동 매뉴얼에 따라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일일상황실을 운영해 긴급 방제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컨테이너는 개별로 외부 정밀조사와 소독을 실시한 후 반출하고, 발견지점에 살충제 등 긴급 소독을 실시했다. 또 붉은 불개미 유인용 예찰 트랩을 추가로 설치하고 포획 여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이는 평택항은 80곳에서 372곳으로, 부산항은 256곳에서 392곳으로 추가 설치됐다.

농식품부는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높은 코코넛 껍질,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은 수입 컨테이너 전체를 열어서 검사하고, 중국 복건성 등 불개미 분포지역 11개성에서 수입되는 컨테이너는 수입자에게 자진 소독을 유도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검역물량을 2배로 늘려 철저한 검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붉은 불개미 군체의 추가 발견으로 항만 외 주변지역으로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발견항만은 물론이고 배후지역과 다른 항만‧국제공항 등에 대한 예찰과 방제조치를 먼저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홍남기 실장은 또 “붉은 불개미는 강한 서식력이 있어 국경에서의 차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올해 마련한 대응 매뉴얼에 따라 관계부처 사이에 빈틈없고 유기성 있는 방역체제를 만들어 온 힘을 다해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