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한문 공부> 정춘수 지음, 부키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저자는 “한문은 여전히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공부해야 할 언어다. 우리말에 남아 있는 한문의 흔적이 깊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한문의 교양과 문법 지식을 익히라고 말한다.

한문을 읽다가 모르는 한자를 찾을 경우,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갈 지(之)’의 뜻은 ‘가다’, ‘~의’ ‘그것’ 등으로 나오는데, 어떤 조건에서 ‘가다’로 쓰이고 어떤 조건에서 ‘그것’으로 쓰이는지를 초보자가 알기 어렵다.

또한 같은 한문이라도 번역자에 따라 번역이 달라진다. 저자는 ‘이럴 때 서로 다른 번역을 하게 되는 각각의 문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찾았다. 한문을 무조건 익히는 공부 방법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알기는 어렵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한문을 공부하며 했던 고민에 대한 대안이 담겨 있다.

저자는 <맹자> <순자> <한비자> <장자> 등 여러 문헌에서 현대의 사유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을 골라내 독자가 흥미를 지니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문장들의 번역을 붙이고, 이를 둘러싼 배경과 인물·사상들을 설명했다. 그 이유는 한문은 문법론 없이 발달해온 언어로서,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成文法)이 아니라 그 반대 개념인 불문법(不文法)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장의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한문 고유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어서다.

저자는 1장에서 먼저 한문이란 무엇인지 살핀다. <천자문>의 문구 ‘天地玄黃 宇宙洪荒 日月盈昃 振宿列張(천지현황 우주홍황 일월영측 진수열장)’은 ‘하늘과 땅은 까맣고 누르니 우주란 넓고도 거칠다. 해와 달은 찼다 기울고 별과 별자리는 줄지어 펼쳐 있다’는 뜻이다. 이 문구를 통해 한문의 주어와 서술어 개념을 설명하면서, 세상은 넓고 거칠다는 의미까지 함께 전달한다. 이런 방식으로 1장에서는 한문의 어순, 한문의 고립어 특성, 之의 쓰임, 한문의 단음절어 특성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한문의 판단, 지칭에 대해 다루고 3장에서는 묘사·서술·수식, 4장에서는 부정·명령, 5장에서는 의문·반어, 6장에서는 가정·양보, 7장에서는 비교·선택, 8장에서는 가능·사동·피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 가능하면 해당 언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유리하다. 특히 한문을 공부할 때는 ‘고문을 많이 외우고 해석하는’ 것이 그 방법으로, 저자는 한문을 익히는 동시에 한문의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책에는 저자가 뽑은 49구의 문구와 287구의 연습 문장이 실려 있다. 부제는 ‘문법이 잡히면 고전이 보인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