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서울지방노동청은 21일 ‘주 52시간 근무 근로기준법 개정 설명회’를 열고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제약사의 R&D, 영업 등 특정 직군의 애로사항에 대해 기업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다음달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영업직 등 출장 업무를 자주 수행하는 직군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간주 근로시간제’가, 연구개발(R&D) 직군은 ‘선택 근무시간제’가 제시됐다.

그러나 이를 활용해도 한 주의 총 근무시간인 52시간을 넘어 근무를 하면 위법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서울지방노동청은 21일 ‘주 52시간 근무 근로기준법 개정 설명회’를 열고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제약사의 R&D, 영업 등 특정 직군의 애로사항에 대해 기업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종업원 300명 이상으로 7월 1일부터 개정된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받는 제약기업은 약 40곳이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R&D 전문연구직과 영업사원직이 가장 큰 애로사항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바이오제약사 관계자는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신약 R&D는 일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만, 유전자재조합, 세포배양 등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신약 R&D는 때에 따라 근무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계속 연구과정을 지켜봐야하는 등 근무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면서 “포괄임금제로 계약하면 적법한가”라고 물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황윤선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은 “포괄임금제 계약은 임금을 더 준다는 말이기 때문에 계약만으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계약대로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무를 실제로 한다면 위법”이라며 실제 근무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윤선 근로감독관은 “근로시간과 임금은 각각 따로 조사한다”면서 “계약서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을 보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원칙상 근무지인 연구소에서 일하는 R&D 전문연구직군은 주 52시간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다만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 근로시간제’를 이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 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 제52조에 따라 사용자는 취업규칙 또는 취업규칙에 준하는 내규 등에 따라 업무의 시작과 종료시각을 근로자가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이루고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근무시간을 초과하기 전에 노동자 대표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 노동자 대표 선출에는 전자투표나 거수 등 간편한 투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1개월 이내의 임금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일 동안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일 8시간에 연장근무시간을 더한 시간만큼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는 제도다. 가령 R&D등 특정한 근무일정에 따라 하루 13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면, 4일 동안 하루 13시간 근무를 할 수 있다. 일주일 중 남은 3일은 근무를 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남은 사흘 동안 연구를 유지해야 한다면 R&D 전문 연구직은 앞으로 일정에 따라 교대근무를 하거나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한다. 통상 소수의 인원이 꾸준하게 업무를 해야하는 R&D 전문 연구직군에서 어떤 묘책이 마련해야 할지 제약기업들은 깊이 고민하고 있다.  

▲ 황윤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제약회사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황진중 기자

병원 등 근로기준지가 아닌 곳에서 일하는 영업직군은 '간주 근로시간제'를 이용할 수 있다. 간주 근무시간제는 사업장 밖에서 근무할 때 근무를 시작하는 시간과 끝내는 시간 등 근무시간을 파악할 수 없을 때 이용할 수 있다.

간주 근로시간제의 특징은 업무의 시작과 끝이 근로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고, 휴게시간의 운용이 자유로우면서 근로자의 조건과 업무진행도에 따라 적절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영업사원들은 고객이 근무를 시작하기 전이나 점심, 저녁시간에 근무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 “평일에 영업을 하고 주말에 열리는 학회 등에도 참석을 해야하는 데 근무시간이 줄어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윤선 근로감독관은 “가능하면 간주 근로시간제를 이용하고 포괄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반복하는 업무라고 판단할 수 있을 때는 취업규칙에 담아두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사전에 합의를 하고 취업규칙 등에 내용을 포함한다면 주말학회에서 근무를 한 후 월요일과 화요일 휴무를 하는 등의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간주 근로시간제를 이용할 떄 유의할 점은 '콜(Call)'이나 시간마다 위치, 업무진행도에 대한 보고가 상사나 회사의 지시나 암묵상 관행에 따라 이뤄지면서 근무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주 근로시간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사전에 합의를 한 뒤 근무자의 근로시간을 확인하기 어렵고, 근무자가 근무지 이외의 장소에서 일을 해야 하는 등 핵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선택 근무시간제와 간주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기업이 활용할 때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사이의 사전합의가 필수다. 근로자 대표가 없는 회사는 대표를 선출해 사전합의를 이뤄야 한다. 근로자 대표는 사용자가 임의를 지정할 수 없고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다만 전자투표나 거수 등 간편한 투표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R&D직군의 선택 근무시간제와 영업직군의 간주 근로시간제 활용 등에 세세한 사례를 대입하면서 계산을 하면, 결국 두 직군은 일주일 중 하루 내지 이틀의 평일은 근무를 3~4시간으로 짧게 하거나 휴무를 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