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이는 11살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다. 길어야 2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이는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생각으로 아이에게 실험적인 약물치료를 시도했다. 결과는 기적에 가까운 생존. 아이의 병실 창틀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죽음의 천사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죽음의 천사는 떠났지만 아이의 고통은 이제 시작됐다. 무려 5년간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병원생활이 이어졌고, 아이는 결심하게 된다. “만약 내가 병원을 나가게 된다면, 이 고통스러운 병원 환경을 모조리 바꾸겠어” 훗날 아이는 병원을 나와 미 명문 대학교인 하버드를 졸업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국제적인 자선단체의 설립자가 된다. 게임체인저를 이끌고 있는 테일러 카를 설립자 겸 수석 에반젤리스트 이야기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 현장. 테일러 카를 수석이 무대에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기적같은 스토리와 현재의 눈부신 행보가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를 21일(현지시각) 서밋 현장에서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 테일러 카를 게임체인저 설립자 겸 수석 에반젤리스트가 잣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게임체인저가 궁금했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12년 전 시작했다”면서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거치며 병원환경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다짐했고, 그것이 환자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인 게임체인저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아버지가 재정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운이 좋았던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팔고 대출을 받으며 모든 기반을 잃는 것을 봤다. 환자들도 무미건조한 병원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봤다. 이걸 고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체인저의 시작은 집 차고였다. 아버지와 의기투합한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지루하고 힘없는 병원생활을 버티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그들을 위한 게임기와 전자기기를 모았다. 이후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의 게임체인저가 됐다는 설명이다. 게임체인저는 모금액의 93%를 환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자선단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일부 자선단체가 보여주는 횡령에 가까운 조직운영과 비교하면 놀라운 도덕성이다.

게임체인저와 함께 최근 잣(ZOTT)을 출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잣은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클라우드 기반의 콘텐츠 배포 시스템을 지향한다. TV와 동영상 스트리밍, 게임이 지원되며 병원마다 계약을 해 환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병원에 가보면 환자들은 멍하니 TV만 보고 있다”면서 “그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잣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잣은 단순한 유희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게임과 스트리밍을 통해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는 “몸의 고통 강도를 1에서 10까지 가정한다면, 환자들이 잣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면 고통 수치가 순식간에 6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를 잠시 잊게 만들어주고,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도 일부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게임체인저를 운영하며 20만명의 환자들을 봤고, 잣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콘텐츠 큐레이션 역할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재미있는 인연도 공개했다. 그는 “한국의 먹방(먹는방송)과 e스포츠 콘텐츠를 많이 참고했고, 지금도 몇몇 셀럽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면서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잣을 운영하려면 방대한 IT 인프라가 필요하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세 가지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먼저 기술 인프라 집중이다. 그는 “9명의 개발자가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가운데, 조만간 블리자드의 유명 개발자와 에멧 쉬어(Emmett Shear) 트위치 창업주가 CTO로 합류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효과적인 인프라 확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파트너십이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가상현실 기기를 제공해 환자들의 직업교육을 돕기도 한다”면서 “구글 데이드림과 오큘러스 등과 협력하며 좋은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AWS다. 그는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하드웨어에 매몰되면 곤란하다. 병원도 잣의 도입 후 TV 시청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클라우드로 기반 인프라를 작동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테일러 카를 설립자는 미래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환자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서로 연결되는 순간 안도를 느낀다”면서 “우리의 서비스에 소셜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인프라를 완성해 환자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투병생활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집중할 생각이며, 조만간 거대 기업과의 협업으로 잣의 기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