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주한미군이 한국 주둔 73년 만에 용산 떠난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달 2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신축된 새로운 사령부 건물에서 청사 개관식을 연다. 행사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28일 하루밖에 있지 못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 새 청사는 4층짜리 본관과 2층짜리 별관으로 이뤄졌다. 부지면적은 24만㎡ 규모라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여러 구성군 가운데 지상군인 미 8군사령부는 지난해 7월 평택으로 이전했다. 

미 8군 등이 이전한 캠프험프리스는 총 1467만7000㎡(444만여평)를 자랑한다.이는 여의도 면적(290만제곱미터)의 5배, 판교신도시의 1.6배에 해당한다.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최대 규모다. 이미 미8군을 비롯해 전방의 미2사단, 제2항공전투여단 본부, 특수작전부대 등이 집결하는 주한미군기지로 이미 전략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평택기지에 들어온 주한미군이 보유한 화력은 엄청나다. 최고속도 시속 293km를 자랑하는 공격헬기 아파치 롱보우(AH-64D) 가 우선 눈에 띈다.  대전차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다. 이밖에 12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M270), 사거리 30km의 팔라딘 자주포,  M1A2 SEP 에이브럼스 탱크,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M2A3),  무인정찰기 RQ-7 섀도우 등 무인정찰기 등 다량의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평택 신청사 개관에 따라 미군이 용산에 주둔하지 73년 만에,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에 창설된 지 61년 만에 용산시대를 마감한다. 한미 정부가 1990년 6월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8년 만이 된다.

미군은 1945년 8월 29일 미 극동군사령관 일반명령 제1호 등에 따라 그해 9월 일본 오키나와 주둔 제24군단 예하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면서 미군의 용산 주둔 역사가 시작됐다.  

 

미 7사단은 1945년 9월 9일부터 30일까지 서울과 인천에 있는 일본군을 무장 해제시키고 주요 시설물 보호와 치안유지를 담당했다. 이때 24군단사령부가 서울 용산에 설치됐다.  이후 1949년 1월 24군단 병력이 철수하고 마지막 남은 5전투연대도 그해 6월 모두 철수했다. 같은 해 7월 미 군사고문단 창설로 482명의 미군만 남았으나,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이 유엔군 일원으로 다시 한국에 투입됐다. 1957년 7월 주한미군사령부가 창설됐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연말까지 모두 평택으로 옮겨간다. 이에 따라 라 평택에 입주하는 주한미군은 미8군사령부, 동두천·의정부 미2사단 병력 등 총 4만5000여명에 이른다.  군속과 가족까지 포함하면 8만5000여명의 인구가 상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는 국방부 영내의 7층짜리 독립 건물로 연말까지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돼 추진되고 있다.  

합참 청사의 2개 층도 연합사가 사용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트는 주한미군은 새로운 도전과 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미국이 추진 중인 6·25 전쟁 종전선언에 이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외국군의 지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둔 비용 등을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언젠가는 솔직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병사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에어포스원에서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많은 돈, 우리에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