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이코노믹 리뷰 DB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차가 아우디와 손을 잡고 수소전기차 시장 개척에 나선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수익성 강화를 모색 중인 현대차그룹과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아우디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이들은 수소전기차 개발을 통해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일 ‘현대·기아차’와 ‘아우디’가 그룹을 대표해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수소전기차 관련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효력을 미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아우디와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수소 연관 산업 발전을 통한 혁신적 산업 생태계 조성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요국 수소차 보급 및 지원계획. 자료=현대차 및 각사

양분화한 친환경차 시장과 이합집산하는 완성차 업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친환경차 주행거리를 놓고 양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했을 때 단거리는 전기차, 장거리는 수소전기차가 담당하는 쪽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순수 배터리로 가는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저하 우려가 있다. 평균 30분이 넘는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는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현재 기술로도 5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기준으로 최대 600km를 달릴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독자적으로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완성차업체는 현대차(넥쏘)와 토요타(미라이), 혼다(클래리티)뿐이다. 혼다는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엔지니어링팀을 공유하는 등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요타는 BMW와 함께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 닛산 르노 연합은 수소전기착를 공동 개발 추진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년 동안 홀로 수소전기차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현대차는 아우디와 연합을 택해 수소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휘어잡을 계획이다. 피터 메르텐스 아우디 기술개발 총괄은 “수소전기차는 전동화 기반 차량 중 가장 진화된 형태로 잠재력이 큰 미래 친환경 기술 분야”라며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은 수소전기차 분야 기술 혁신을 위한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이코노믹 리뷰 DB

현대·아우디 연합의 ‘글로벌 최대 수소전기차 시장’ 공략

현대차와 아우디 수소 연합의 최우선 타깃은 중국이다. 현대차와 아우디는 내년부터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에 대응해 아우디는 프리미엄 수소전기차, 현대차는 보급형 수소전기차 라인을 선점하겠다 방침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각종 지원과 규제를 내놓으며 수소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약 850만원인 전기차 보조금은 2020년 폐지할 계획이지만 수소전기차 보조금 3400만원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연간 3만대 이상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동차 업체는 2019년 10% 2020년 12%의 신에너지차량(NEV)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제를 내놨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산업으로 지정해 2020년 5000대, 2025년 5만대, 2030년 1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충전소도 2020년 100개소, 2025년 300개소, 2030년 1000개소 구축 청사진을 내놨다. 특히 상하이에서 수소전기차 총량과 수소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3000대 양산과 수소충전소 5~10개소 구축,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3만 대 증대 및 수소충전소 50개소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최대 규모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 당국의 방침이 이렇다 보니 당장 완성차 업체는 수소전기차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우디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전 세계 판매량의 30%인 60만대를 팔았다. 중국 당국 규제를 놓고 보면 아우디는 6만대 이상 신애너지차량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수소전기차는 가중치가 높아 약 1만대를 팔아도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다.

아우디는 2020년 수소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초 아우디는 현대차의 기술력을 따라잡는게 목표였다. 그런데 방향을 틀어 현대차 스택을 장착한 수소전기차를 중국 시장에서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스택 공급은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간 3000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파워트레인 연료전지 통합모듈 생산기지를 구축한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넥쏘’에 연료전지모듈과 배터리 시스템 등 8종의 전용 핵심부품과 친환경차 공용부품을 공급 중이다.

▲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은 기술력과 신뢰성을 검증받은 주요 부품 중 일부를 아우디와 공유키로 했다. 수소전기차 양산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독자 구축한 수소전기차 부품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가격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중소 부품협력사의 관련 부품 수출 증가를 끌어내 국내 부품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양사는 현재 보유 중이거나 앞으로 출원 예정인 다수의 특허를 공유(Cross License)함으로써 수소전기차 분야의 기술 확산을 추진할 방침이다. 양사의 특허 공유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흔히 발생하는 기술 분쟁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술 개발 자율성을 확대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며 “수소전기차 시장의 선도 업체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간의 기술 협업이 가져올 막대한 시너지 효과와 글로벌 시장의 판도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