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LSM(Local Store Marketing)는 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이웃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점포와 소비자, 경쟁사의 특성을 각각 분석한 후, 마케팅 믹스와 관련된 다양한 변수를 현지화해 적용하는 방법이다. 전체 매장을 대상으로 획일화된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이 위치한 상권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은 상권별로 다른 콘셉트의 매장을 오픈, 운영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고객 연령과 성향, 소비 패턴을 고려해 매장을 구성하는 유통가 트렌드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권 트렌드를 보려면 올리브영 매장을 가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현재 올리브영은 전국에 총 4개의 본점(플래그십 스토어)을 운영한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2년 업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관광객 맞춤형 ‘명동본점’을 연 데 이어 2016년 부산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광복본점’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색조 전문 ‘강남본점’을, 지난 2월에는 SNS인기 상품전문 ‘대구본점’을 열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상권 맞춤형 매장’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업계 최초로 인천공항과 김포 공항에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테마파크 입점 매장인 ‘에버랜드점’도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올리브영 관계자는 “브랜드는 동일해도 고객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모든 점포가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없다. 잘 되는 곳은 잘 되지만 안 되는 곳은 계속 가맹점이 폐업을 반복한다. 각각의 상권과 소비자 특성에 따라 다른 마케팅과 접근법을 쓴다. 각양각색의 시장을 특화 매장으로 각개격파하는 셈이다.

올리브영의 상권분석은 ‘유동인구’와 ‘인구구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화매장이 있는 지역은 모두 여성 비율이 높은 인구구조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수유역 상권’… 인구구조 남성보다 여성 많아

올리브영의 상권별 ‘차별화 플랫폼’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수유중앙점이다. 이 지역은 올리브영의 주 소비층인 여자대학생들이 많아, 취급 상품도 1인 가구와 여성고객에 맞게 진열하는 전략을 취했다.

▲ 수유중앙점은 식품특화매장으로 1층에 식품만 진열했다. 출처= 올리브영

서울시 강북구는 성신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개신대, 광운대, 서경대 등 유독 대학교가 많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수유역 근처는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 여대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 강북구의 총 인구는 32만2802명이다. 그중 여성 인구는 16만4867명으로 남성(15만7935명)보다 많다. 수유역이 있는 수유 1,2,3동도 마찬가지다. 총 인구는 6만8467명이며 그중 20대 인구는 1만432명으로 15%에 해당한다. 또 여성 인구는 5249명으로 남성 인구를 앞지르고 있다.

이런 인구 특성을 감안해 올리브영은 매장 1층에 화장품 대신 여대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다이어트식품, 건강식품, 식사대용식 등을 대거 선보였다. 물에 타서 마시는 간편 식사대용식인 ‘랩노쉬’와 영국 프리미엄 슈퍼마켓 브랜드 ‘웨이트로즈’, 짜먹는 죽 ‘인테이크’, 다이어트 닭가슴살 ‘아임닭’ 등이 처음으로 입점했다. 이들 제품은 입점 초기보다 매출이 평균 2배 이상 늘었다. 시장성을 확인한 랩노쉬와 인테이크 모닝죽은 이후 다른 일반 올리브영 매장에도 순차적으로 들여놓았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20~30대 여성을 위한 건강식 제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편의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스티지(Mass + Prestige) 콘셉트로 접근한 것이 트렌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수유중앙점과 비슷한 ‘서초대로점’과 ‘숙대점’을 여성이 많은 교대와 숙대 근처에 추가로 열었다.

 

‘강남역 상권’…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강남역 상권은 지난해 9월 강남역 중심 상권에 개장한 ‘강남본점’은 다른 곳보다 색조 수요가 높다. 올리브영은 상권 특징을 반영해 1층은 모두 색조 제품만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강남본점은 색조 매출 비중이 40% 이상 차지한다. 강남본점은 통상 전체 매출액 중 기초화장품 카테고리가 1위인 다른 본점들과 달리 유일하게 색조화장품이 1위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인다. 이에 올리브영은 맥, 어반디케이, 에스티로더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투쿨포스쿨, 3CE, 블리블리, 머지 등 인기 중소브랜드까지 입점시켜 브랜드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 올리브영 강남본점. 출처=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IT기술을 접목한 업계 최초의 스마트 스토어로서 스마트테이블, 키오스크, 가상 메이크업 애플리케이션 등을 선보이며 무인 ‘언택트(Untact) 서비스’를 선도하는 매장이다. 이 또한 올리브영의 주 고객층인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직장인 유세희(32·여) 씨는 “강남역은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러 나오는 일이 많다 보니 화장이 지워져 있는 일이 많다”면서 “보통 약속 장소를 강남역 올리브영으로 정해 친구들과 외모 재정비를 하고 리프레쉬 후 나간다”고 말했다.

 

‘김포·인천공항 상권’…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K뷰티 첨병

올리브영은 김포공항은 물론, 지난 2008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 헬스앤뷰티 스토어를 열고 공항 상권의 운영 노하우를 쌓아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5145만4779명이 이용했다. 이곳은 외국인들에게는 K-뷰티 트렌드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매장으로, 국내 여객들에게는 기내와 여행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필수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인천제2터미널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 출처= 올리브영

뒤이어 올해 1월에는 올리브영 제2여객터미널(T2)에도 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도 제1여객터미널점과 더불어 여객 출입국 과정에서 처음과 마지막의 쇼핑 편의성 제고는 물론, K-뷰티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올리브영 인천공항점은 트렌디한 건강·미용 제품을 기본으로, 공항의 특수성을 고려해 여행에 특화된 제품을 구비한 ‘트래블 존(Travel Zone)’과 K-뷰티를 이끌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인기 제품을 모아놓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 존(Must Have Zone)’을 선보이고 있다.

 

‘명동 상권’… 각국의 다양한 관광객

명동은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하루에도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 상권을 분석해 맞춤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점 5주년을 기념해 새단장을 하면서 외국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K뷰티 인기 제품인 마스크팩, 클렌징 등 기초화장품만으로 1층을 구성했다. 명동본점의 매출이 색조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 매출 비중이 2배 이상 높은 것을 고려한 것이다. 상위 인기 품목 역시 최근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SNS 인증샷을 남겨 화제가 된 스팟패치를 비롯한 마스크팩, 헤어 세럼 등이다.

▲ 올리브영 명동본점 외관. 출처= 올리브영

쇼핑과 놀이, 문화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놀이터’로서의 플래그십스토어 콘셉트의 명동본점은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식품과 캐릭터 상품, 인테리어 소품, 운동기구, 패션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올리브영 명동 본점에는 하루 평균 1만5000여명에 육박하는 고객이 방문하며, 취급 상품은 9500여 가지에 달한다.

 

‘용인 상권’… 가족단위 나들이객 겨냥

용인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민속촌’이 있어 가족단위 또는 연인 나들이객이 많은 지역이다. 장시간 야외에서 걷는 일이 많다 보니 자외선 차단제·쿨토시·미스트와 지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휴족시간’ 등의 수요가 많다.

▲ 올리브영 애버랜드점. 출처=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이런 상권 특성에 맞춰 2016년 3월 업계 최초로 테마파크 내에 ‘에버랜드점’을 열었다. 자외선 차단제, 쿨토시 등 아웃도어 제품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과 외국인들을 겨냥한 슈렉 마스크팩과 뽀로로 치약, 카카오프렌즈 등의 ‘캐릭터 제품’을 전면 진열했다. 약 86㎡의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상권 분석에 따른 맞춤 상품 진열로, 월평균 1만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가는 인기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제2의 도시 ‘부산’… 국제영화제와 시장 지리적 입지 살려

광복본점은 부산 외 지역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고객의 약 40%를 차지하는 ‘부산 남포동’ 지리적 특징을 반영했다.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 올리브영과 다른 인테리어부터 상품 카테고리, 유니폼까지 모두 새롭게 탈바꿈해 ‘라이프스타일 쇼핑 플랫폼’으로서 한층 진일보된 올리브영을 보여줬다.

▲ 부산광복본점의 라이프스타일 존. 출처= 올리브영

광복본점은 인테리어도 차별화했다. 부산극장 1층에 위치한 특성을 반영,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아르데코 양식의 웅장한 인테리어로 꾸몄다. 뿐만 아니라 리빙소품, 패션 액세서리, 운동용품, 애완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처음으로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MD전문성을 극대화했다.

한편 매출 상위 인기 제품으로는 마스크팩, 스팟패치, 바디케어 등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K뷰티 제품뿐 아니라, 젊은 내국인들이 좋아하는 SNS 이슈 상품들이 순위 내 혼재돼 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포동 상권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구 동성로’… SNS 인기 상품 중심

대구는 한국의 대표 미(美)의 도시다. 특히 대구광역시 중구에 있는 ‘동성로’는 10~20대가 자주 찾는 곳으로 전국 그 어느 상권보다 젊고, 유행에 민감한 곳이다. 주변 상권도 VR방, 방탈출카페 등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한 매장들이 많다.

▲ 대구본점 메이크업존. 출처=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최근 2월 대구에 네 번째 본점을 개장했다. 대구에서 가장 젊은 동성로 상권에 선보인 대구본점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특화한 매장이다. 젊은 고객층들이 좋아할 만한 온라인 및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입소문 난 신진브랜드를 다수 선보이고 체험공간을 확대해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와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대구본점은 ‘블리블리’, ‘투쿨포스쿨’, ‘머지’ 등 신진브랜드 상품 운영 규모는 색조 수요가 높은 강남본점과 비교해서도 무려 2배가량 높다. 또한 2층에는 기초, 마스크팩 등 SNS 이슈 상품들만 큐레이션해 보여주는 ‘핫 앤 브랜드 뉴(HOT & BRAND NEW)존’도 마련했다.

상위 TOP10 중 투쿨포스쿨 쉐이딩, 블리블리 쿠션, 페이스헤일로, 이즈앤트리 토너 등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 ‘젊은 소비자 맞춤형 매장’의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올리브영 사회공헌 특화 매장 ‘제주탑동점’… 복합문화매장

올리브영은 지난해 4월, 제주도에 ‘복합문화매장’ 운영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올리브영 제주탑동점은 쇼핑뿐만 아니라 지역 아티스트들의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문화강좌까지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 탑동이 현대 미술 전시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올리브영은 제주 지역 콘텐츠 그룹인 ‘재주상회’가 지난 2014년 창간한 제주 로컬매거진 <리얼 제주인(iiin)>과 함께 협업해 매장을 꾸몄다. 1층 매대는 눈에 잘 띄어 흔히 ‘황금 구역’으로 불리지만, 올리브영은 이곳에 제주 콘텐츠 체험공간을 배치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올리브영 제주탑동점. 출처= 올리브영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지역, 상권별 맞춤 전략을 통해 각기 다른 콘셉트의 매장 출점 전략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면서 “조금씩 차별화된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고 실제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매장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