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자산의 리츠(REITs) 투자를 허용할 계획이어서 리츠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임대료 등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과 찰떡궁합이다. 공모 리츠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수요와 공급이 동반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투자처의 활성화는 물론 국내 부동산과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부동산투자회사(리츠, REITs)는 193개로 전년에 비해 14.2%(24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규모는 36.8% 늘어난 3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부터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확대 정책에 힘입어 임대주택 리츠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임대주택 리츠는 2015년 전체 리츠 시장에서 29.8%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55.3%로 크게 확대됐다.

기존 공동주택 건설방식에서 벗어나 단독주택형 제로에너지 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대상 매입임대주택, 정비사업 연계 매입 임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리츠가 운용 중이다.

 

운영리츠의 지난해 평균 배당률은 7.59%(임대주택 리츠 제외)로 예금은행의 수신금리(평균 1.56%) 대비 4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리츠가 10.27%로 가장 높았으며 물류(7.40%), 오피스(6.88%) 리츠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서울 지역 평균 임대수익률(업무용 4.75%, 중대형상가 4.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전문 자산관리회사의 효과적인 투자·운용을 보여준 셈이다. 향후 리츠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모 리츠, 대중화 이룰까

최근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공모 리츠에 대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올해 공모 리츠 1호 상장사인 이리츠코크렙기업구조조정리츠(이리츠코크렙)는 지난 6월 27일 상장했다.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은 배정물량의 5배가 넘는 수요를 보였다. 리츠와 유사한 부동산펀드 공모 청약률 대비 3배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배정물량의 40%만 소화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이리츠코크렙의 기관 참여가 활발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전 리츠 규모 대비 10배가량 컸기 때문”이라며 “리츠 시장 분위기가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공모 규모나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작을 경우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린다. 반면, 규모가 커질수록 기관투자가의 참여 확률은 높아진다. 이리츠코크렙의 높은 기관 수요를 놓고 리츠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IB관계자는 “IPO는 물론 국내 투자시장은 아직 ‘차익’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리츠가 성장보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상장 리츠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리츠코크렙의 최대주주인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몇 년간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등 주력 브랜드와 투자 부동산 등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자체 상장을 시도했지만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사건에 휘말려 계획을 철회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이리츠코크렙 상장을 시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유통업체인 홈플러스도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매장 40개를 자산으로 리츠 회사를 설립해 안정적 임대수익을 확보해 투자자에게 나눠준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실적 부진을 언급하며 직원 성과급 지급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체투자 확대… 금리인상 기조는 신중

주식, 채권 등의 전통자산을 제외한 모든 투자를 지칭하는 대체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 연기금 운용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은 1997년 4%에서 2017년 25%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0%다.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자산의 리츠 투자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대료 등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상품인 부동산은 직접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경제지표 및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임대수익도 관리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상장 리츠에 투자할 경우 관리는 전문가에 맡기고 다양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연기금 투자가 확대와 공모 리츠 상장이 맞물릴 경우 시장 전반 긍정적 전망이 예상된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상승 기조는 리츠 시장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국채 수익률 대비 월등히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공하는 리츠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높은 레버리지 속성을 지난 부동산의 특성상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도 하락할 우려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리츠는 높은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금리상승 시기에 정부의 리츠 활성화 정책은 타이밍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리츠의 강점은 유지되겠지만 투자 시기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