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여성일까? 남성일까? 수많은 SF 영화에 등장하는, 보기에도 명확한 성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존재들은 제외하고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 인공지능 스피커들,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덤블링하는 로봇이나 견마로봇과 같은 놀라운 운동기능을 보이는 로봇들, 혼다의 아시모, 소프트뱅크의 페퍼, 소니의 아이보, 등은 성별이 모호하다. 하지만 게임 헤일로의 캐릭터를 모델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는 여성으로 상정되는 것처럼 친근성을 위해 로봇의 성적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도 성별이 있는 이성애나 동성애 또는 양성애일 때나 가능한 질문이고, 로봇들은 성적 끌림이 없는 무성애가 더욱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이 모든 것도 성별을 전제로 한 구별이라는 점에서 성별은 대상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전제다. 한국어는 아니지만 언어에서도 명사에 대해 여성·남성·중성으로 구별하는 문법적인 성(Grammatical Gender)까지 있다.

기본적으로 성별(섹스, Sex)은 식물까지 포함하는 생물학적 암수 구별이다. 생물학적인 성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별되는 성별은 젠더(Gender)이다. 성별은 유성생식을 하는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성별의 구분이 없는 무성생식이나 암수 한 몸의 생물들도 있다. 고비용의 복잡한 과정의 유성생식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유전적 이점이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모두 암컷이 되어 저비용의 단순한 무성생식으로 갈 수는 없는 진화상의 경로를 가고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존재를 효과적으로 이어가기 위한(생존) 형태의 논의들이다. 세상 생물의 성 체계는 양성이 대세이기는 하나(그렇다고 암수 2가지로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대세인 이유는 컴퓨터가 2진수 장치를 사용되는 이유와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2진수 장치는 만들기도 쉽고 오류의 가능성도 적다). 4개의 성을 가지는 개미 개체군이 존재하고 어느 하나의 성이 없어져도 개체군이 멸종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별은 개체의 속성이라기보다는 집단의 속성이라고 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성별은 존재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편으로 생물학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의식과 사회에까지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는 기제다. 성별은 단순히 생식기관에 관한 문제를 넘어서 뇌에 관한 정신적인 문제에 관련된다. 그러므로 생물학적인 섹스가 되었든 사회적인 젠더가 되었든 성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성적 기관은 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 인간의 생물학적인 욕구, 의식적인 갈망, 사회적인 너와 나의 사랑까지 소통의 핵심기관이 뇌이기 때문이다(이 3가지는 앞서 쓰인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루만의 생물학적 체계, 심리적 체계, 사회적 체계에 해당된다).

하지만 로봇의 성별은 인간의 성별과는 달리, 필요에 따라 로봇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필요에 의해 성별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로봇도 진화적 발전을 위해 유성 생식하는 생물들처럼 성별 체계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로봇은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복잡한 성관계와 그를 위한 복잡한 성 선택 문화에 따르는, 복잡한 유전자 혼합방식이 아니어도 직접적으로 정보를 혼합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환경 적응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로봇에게 밀당이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로봇의 성별은 오직 로봇을 만드는 인간들의 취향과 필요에 의한 것이다.

IT기기들이 항상 성 관련 산업에서 선도적으로 이용되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디오가 그랬고 CD가 그랬고 DVD가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고 VR이 그랬다. 로봇도 다르지 않아서 성관계가 가능한 섹스 로봇이 그러하다. 섹스로봇은 인간의 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성별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적인 성능이 좋아질 것이다. 그 끝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있을 텐데 여성 로봇은 더욱 여성스러워지기를, 남성 로봇은 더욱 남성스러워지기를 원한다. 이런 ~스러움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성능을 넘어서 의식이나 감정, 그리고 문화적으로 성역할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성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관은 뇌다. 성적 취향을 가지도록 탑재된 욕구를 기반으로 성적 인공 감정을 가지도록 하고 다양하고 많은 성역할에 대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딥러닝하도록 할 것이다. 자연적으로 부여된 성별이 아니고 인공적으로 부여된 성별이지만, 어떤 이유로든 성별을 가지게 되어 성적 취향을 가지게 되고 이에 따른 감정과 성역할을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면 자연적 성별과 인공적인 성별을 구별할 명분이 있을까? 이런 로봇들은 밀당도 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섹스(생물학적인 성별)가 젠더(사회적 성별)로 나아가는 변화를 정보처리 수준에서 목도하게 될 것이다.

 

참고 1. John Danaher, Neil McArthur(Editor), Robot Sex: Social and Ethical Implications (MIT Press) Hardcover – October 13,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