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무역대표부에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품목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출처= 유튜브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이 아직까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그리 와 닿지 않았지만 이제 곧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2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 지시(중국이 보복하면 2천억 달러를 추가해 총 4천억 달러)가 이행되면 가전 제품에서부터 의류, 전자 기기에 이르기까지 소비재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관세를 부과할(500억 달러 규모) 중국 상품의 목록을 골랐다면, 반도체, 플라스틱, 기계 및 기타 중간재 및 자본재(주로 기업들이 최종 제품 생산을 위해 수입. 개인 구매자가 직접 수입하지 않는 제품)에 집중함으로써 소비재를 피해 갔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의 대부분은 소비재이기 때문에, 주요 소비재 카테고리를 건들지 않고 추가로 2000억 달러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이 중국에서의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휴대폰이다. 2017년에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휴대폰은 704억 달러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는 각종 컴퓨터가 455억 달러, 의류 364억 달러, 장난감 및 스포츠용품 268억 달러, 가구 207억 달러, 그리고 신발과 TV가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시장은 시스템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걸러낼 수 있다. 중국 공급 업체나 미국 소매 업체가 일부 비용을 흡수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이익에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그들은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앞으로 몇 주 안에 관세 대상 품목의 목록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 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차 대상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 적용을 확정했으며 이번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즉 누군가는 1000 달러짜리 컴퓨터, 소파 또는 텔레비전에 10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미국 소매업지도자협회(Retail Industry Leaders Association)의 국제 무역 담당 부사장 훈 쿼크는 "어떤 품목이 이 목록에 포함될 것이며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매일 집으로 가져오는 일상의 품목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계산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에 발표된 500억 달러 1차 관세 품목 목록에는, 산업용 기계 같은 자본재가 52%, 반도체 부품과 같은 중간재가 52%를 차지하고 있고, 소비재는 1%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 동안 부과한 다른 관세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백악관이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을 때에도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했지만 가격 인상은 생산 과정에서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기업에 영향을 미친 것이지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 제품에 직접 관세가 부과된 것은 지난 1월의 세탁기 하나뿐이다. 세탁기 가격은 그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17%나 상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세탁기는 자주 사는 품목이 아니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 세탁기 가격은 떨어지고 있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수 년간 전반적으로 완만했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제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그 목표에 다다라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수석 고문이자 프록터 앤 갬블(Procter & Gamble)의 전(前) 글로벌 무역정책 담당 이사 스콧 밀러는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항상 소비자들이 관세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무역대표부가 새로운 품목 목록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따라야 할 법적 절차가 있다. 즉 공개 청문회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하며, 과거의 경우 대개 약 3 개월이 소요됐다.

미국 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공급망 및 세관정책 담당 조나단 골드 부사장은 “소규모 자영업 상점에서부터 대형 소매 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관세가 기업과 소비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스마트폰의 70%는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다. 폭스콘의 아이폰 조립 현장.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전화기가 가장 큰 타깃이 될 수 있다. 투자회사이자 무역회사인 서스쾌해나 인터내셔널 그룹(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에 따르면, 중국 폭스콘(Foxconn Technology Group)이 거의 대부분 조립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해 미국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70%는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다. 아이패드(iPads), 아이팟(iPods), 컴퓨터, 스마트워치나 많은 부속품들도 중국에서 제조된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스마트폰에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서 제조된 부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애플이나 애플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비용을 자체 소화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한다. 애플은 지난 해에도 아이폰8과 8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아이폰7과 7플러스의 가격에서 50달러 인상함으로써 메모리 칩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해 자사의 이익률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스쾌해나 메디 호세이니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관세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님을 그에게 설득했다고 밝혔다.

팀 쿡이 미국과 중국 양국을 오가며 분주히 노력한 결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18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에게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그러나  CNBC는 19일,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아이폰의 관세 면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쿡 CEO와 약속을 하고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미처 알리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얼마나 철저히 지킬 것인가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타격에 미국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부분적으로 달려있다.

일리노이주 펜필드(Penfield)에서 농업부문 대출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앤드류 클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제품 가격이 인상된다거나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일 따위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리 같은 시골에서 우리는 이미 힘든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관세 부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서) 지금 힘들지 모르지만, 그것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면 감수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