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정유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C2C(개인 대 개인 택배)시장에 뛰어들었다. 상위 5개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는 최종 배달을 시장의 45%를 장악한 업계 1위 CJ대한통운에 맡길 예정이어서 CJ대한통운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4월부터 두 회사의 핵심 자산인 주유소 네트워크와 보유 자산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를 통해, 첫 협력 모델로 C2C 기반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월 2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양사는 큰 틀에서 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 조성, 주유소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 확산을 목표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주유소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 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주유소 자산 협력 외에 양사가 보유한 자산 모두를 대상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석유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대표 기업이 과거의 경쟁방식과는 전혀 다른 ‘손을 맞잡고 새로운 공유 인프라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선언함에 따라 산업계의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다.

▲ 홈픽 개념도. 출처=SK이노베이선, GS칼텍스

두 회사는 1차로 두 회사 소유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C2C(Customer to Customer)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Homepick)’을 론칭하기로 하고, 6월부터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홈픽은 C2C 택배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물품 발송에서 수령까지 고객의 택배 접수와 대기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C2C 방식의 택배 서비스는 현재 택배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택배와 달리 개인 간의 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택배 시스템은 택배를 부치는 개인에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홈픽은 C2C 택배에 특화된 서비스로 이런 단점을 해소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홈픽을 이용하는 고객이 네이버, 카카오톡, CJ대한통운 앱, 홈픽 홈페이지 등으로 택배를 신청하면 집하업체(물류 스타트업)가 1시간 안에 고객을 찾아가 물품을 픽업해 거점 주유소에 집하·보관하고, 이를 CJ대한통운이 배송지까지 운송하는 체계로 이뤄진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택배회사는 집하 부담 및 배송시간이 단축돼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고, 고객들은 기다리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거운 택배 물품을 들고 우체국이나 편의점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주유소도 수익성 개선의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유류 판매, 세차 등 제한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주유소 공간에 물류 허브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유휴 공간 활용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회사 관계자는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양사의 공통 지향점이 이번 제휴 사업으로 발전하게 됐고, 국내 최대 규모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보유한 양사가 의기투합한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홈픽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택배를 통한 가치가 창출되어 정유사-주유소-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픽 택배 서비스는 9월 중 전국권 서비스 예정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5 대 5의 비율로 주유소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앞으로 두 회사는 홈픽 서비스와 더불어 전국의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주유소 물류 허브화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두 거대 정유회사의 택배시장 진출은 국내 택배시장에 큰 파장을 몰아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비스로지스,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등 5개사가 시장의 85%를 점유하는 과점체제를 이루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유통업체의 온라인판매 증가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취급물량은 23억1900만개로 전년보다 13.3% 성장했다. 매출 규모는 5조2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