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경제 IT 업계 취재원들과 만나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자연스럽게 화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옮겨갔습니다. 월드컵 이야기도 한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간혹 으르렁거리던 기자와 취재원들은 뜻밖의 대목에서 의견일치를 봤습니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는 만점, 외교도 만점, 덕분에 후련하기는 한데 경제는 조금...”

 

최근 정부의 경제 정책은 조이기 일변도입니다. 재벌 대기업 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소신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작된 불꽃채찍이 초가삼간을 홀라당 태우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듭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제조업 수치가 하락하고 취업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습니다. IT 정책만 봐도 규제를 없애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목소리는 점점 공허해지고 있습니다.

‘후련하기는 한데 경제는 조금...’이라는 씁쓸함을 가슴 한 켠에 둔 상태에서 최근 40대 초반의 여성 회사원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마땅하지 않아 보모를 고용했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입주’보모를 알아봤고, 아무래도 조선족 동포만 고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비용. ‘괜찮다’ 싶은 조선족 입주보모의 경우 소위 말하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감당할 수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외국의 경우 입주보모의 임금은 정부의 관리를 받고, 건강상태와 기타 신원조회도 빈틈없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내는 초기에만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뿐, 시간이 흐르면 보모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건강상태와 관련된 검증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요. 심지어 보모들은 자기들의 몸값이 오르면 숱한 ‘이적’을 통해 더욱 몸값을 키워가며 개중에는 브로커가 활개를 치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회사원이 남긴 말이 인상적입니다. “정부에서 육아비 찔끔 지원할 돈으로 차라리 합리적인 보모채용을 지원하는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 정부의 경제 IT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우연히 만난 여성 회사원의 이야기는 일맥상통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주먹구구, 그리고 본질의 외면입니다. 주먹구구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본질의 외면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상태에서, 최악의 출생률 시대가 열린 상태에서, 정부의 규제 강화와 아동수당 10만원이 최선일까요?

아닙니다. 지금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 발에 오줌을 누듯 찔끔찔끔 돈을 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로 파고들어 핵심 인프라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균형감을 확보해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만 쥐어줄 생각하지 말고, 왜 아이를 낳기 어렵고 키우기 어려운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핵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그 답은 플랫폼과 인프라에 있습니다.

18일 발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만 39세 이하의 예비창업자 1500명이 선정되면 전문가 멘토 지정 후 최대 1억원까지 쓸 수 있는 오픈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비판해야할 지점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먼저 만 39세 이하의 예비창업자라는 부분. 청년 창업가를 키워 창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지만, 엄연히 말해 제대로 된 기술기반 창업 생태계는 2030세대도 잘 하겠지만 노련한 4050세대도 확실한 한 방이 있습니다. 오히려 성과적 측면으로는 더 유리합니다.

여기에 1500명이라는 숫자. 1500명을 선발했을 때 그 만큼의 멘토를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한 명의 멘토가 다수를 맡을 수 있으니 수 백명 수준으로 좁혀지기는 하지만, 이번 사업의 지원 대상이 인공지능, 자율주행,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예비 창업자라는 점을 고려해봅시다. 멘토도 4차 산업혁명 전문가여야 하는데, 대한민국에 4차 산업혁명 전문가 멘토가 수 백명 존재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국내에서만 주로 쓰니 어쩌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입니다. 1억원씩 안겨주면 예비 창업가들이 알아서 세계를 호령할 것이라고 믿는 건가요? 정부는 육성이, 주도는 민간이 하기 때문에 돈만 지원한다는 뜻입니까? 정부의 방식은 눈 먼 정부 돈만 가져가는 체리피커들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어떻게 판을 깔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냥 자금만 투입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 출생률이 낮으니 육아비 지원한다는 생각과 소름끼치도록 같습니다. 본질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낮은 청년층 실업률을 단기간에 지표상으로 끌어올리려 무리한 청년 창업전선을 확장시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옵니다.

▲ AWS 공공부문 서밋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미국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공공부문 서밋을 열며 19일 사전행사를 시작했습니다. AWS의 공공부문 클라우드 플랫폼 전략을 소개하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아찔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본질의 인프라에 대한 고민, 플랫폼에 대한 AWS의 전략 때문입니다.

이들은 클라우드를 일종의 핵심 인프라로 깔고, 그 위에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올려 세계 곳곳의 AWS 리전과 연결되는 거대한 동일 생태계 전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본질 인프라가 중심이 되어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가 보여주던 게임의 법칙을 180도 바꾸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품어내기 위해 강력하고 본질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이 힘있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모두 핵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AWS의 공공부문 전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과 비전의 확립을 본질적인 플랫폼 전략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그 순간 AWS의 공공부문 서밋은 클라우드만의 패러다임 이상임을 증명했습니다.

우리도 본질 플랫폼, 인프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국민의 혈세를 마구잡이로 선심쓰듯, 거지 적선하듯 던져주며 문제의 핵심을 외면할 생각입니까. AWS 공공부문 서밋이 진행되던 중 각국의 정부 관료들이 몰려와 스스럼없이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는 장면이 더욱 무서워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