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북극을 횡단 중인 플라이스티드. 출처=오메가

[이코노믹리뷰=김태주 시계 칼럼니스트] 시계 애호가라면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달에 다녀온 이야기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피드마스터가 ‘문 워치(Moon Watch)’라는 낭만적인 별명을 얻기 1년 전 이미 한 차례 불가능을 향한 도전을 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와 함께 북극점에 다녀온 랄프 플라이스티드(Ralph Plaisted)와 세 사람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극적이다.

 

달에 다녀온 시계

▲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광고. 달에 다녀온 최초의 시계임을 강조한다. 출처=오메가

오메가의 스피스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달에 다녀온’ 시계로 알려져 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단지 달에 다녀왔다는 낭만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인류의 집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스피드마스터의 오너들은 이러한 역사 덕에 시계를 더욱 애정 있게 여긴다. 특히 아폴로 13호의 귀환 당시 계기판 사용이 불가능했던 절체절명의 상황에 우주비행사들이 스피드마스터를 이용해 대기권 진입 시간을 계측, 14초의 궤도 수정을 정확하게 해내 지구로 돌아온 일화를 듣는다면 스피드마스터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처럼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의 역사는 가혹한 환경에서의 생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도전정신과 항상 함께 해왔다.

 

오메가는 모험을 응원합니다

▲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있는 플라이스티드. 출처=오메가

아폴로 11호가 버즈 올드린,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스피드마스터를 싣고 우주로의 여행을 떠나기 1년 전인 1968년. 미네소타의 보험 판매원인 랄프 플라이스티드는 둘루스의 한 술집에서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설상차로 북극점에 가보자는 말도 안 되는 원정을 생각했다. 농담처럼 시작된 제안이었다. 1960년대 후반의 설상차는 지극히 원시적인 16마력의 기계 덩어리였기 때문의 그들의 도전이 가혹할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하지만 플라이스티드는 남다른 추진력으로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거짓말처럼 플라이스티드의 열정에 반한 두 회사가 후원을 약속했다. 캐나다의 봄바디어사가 설상차를 제공했고(아쉽게도 끊임없이 신경 써야 했던 투박한 기계였다) 오메가가 아마추어 모험가 네 사람에게 스피드마스터를 제공했다. 만약 이 모험에 성공한다면 그들은 육로로 북극을 횡단한 최초의 사람들이 된다는, 실로 먹음직스러운 타이틀이 걸려 있는 일이었다.

 

레퍼런스145.012

▲ 북극점에 도달한 랄프 플라이스티드와 제랄드 피첼. 출처=오메가
▲ 이베이에 올라온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145.012. 출처=Gear patrol
▲ 백 케이스에 원정대의 이름과 날짜가 새겨져 있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145.012. 출처=Gear patrol

결론부터 말하자면, 랄프 플라이스티드의 원정은 성공했다. 네 명의 아마추어 탐험가는 1968년 4월 19일. 영하 52도라는 혹한의 환경에서 44일을 버텨가며 설상차로 북극점에 도달했다. 그들의 성공은 미 공군 비행기를 통해 확인됐다. 랄프 플라이스티드는 횡단 내내 동료들과 함께 제랄드 피첼의 육분의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만을 사용해 북극점의 지리적 위치를 계산했다. 스피드마스터는 영하 50도가 넘는 환경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됐다(일 년 뒤 같은 레퍼런스 넘버인 스피드마스터 145.012가 달에 다녀왔다). 랄프 플라이스티드는 극지탐험가로 유명한 사람 중 가장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미네소타의 보험 판매원이었지만 최초로 육상을 통해 북극점을 정복한 4인의 멤버 중 한 명이 되었다.

 

그저 훌륭합니다

▲ 플라이스티드가 오메가에 보낸 편지. 출처=오메가

플라이스티드는 북극점 정복을 달성한 후, 후원사인 오메가에 한 장의 편지를 보냈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모두 오메가 시계에 대해 할 말은, 그저 훌륭합니다.” 그로부터 21년 후 레인홀드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을 착용하고 남극 횡단에 성공함으로써 오메가는 북극과 남극을 모두 점령한 시계가 되었다.

플라이스티드의 만화 같은 모험은 불멸의 전설인 아폴로 프로젝트의 후광에 가려졌지만, 시계 역사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각종 극한 환경에서 특별한 역할을 해왔으며 언제나 사용자를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낸 보디가드였음을 기억하고 있다. 

 

<참고문헌>

Omega, Gear patrol, NYtimes, Hodin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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