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 대출이 기업보다 가계와 부동산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자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데 몰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전략 중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국내은행 총자산 구성 비중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총자산은 2363조원으로 대출채권(1764조원)과 유가증권(374조7000억원)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 원화대출금은 기업대출 817조3000억원(54.2%)과 가계대출 660조4000억원(43.8%)이다.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기업대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대출금은 주택담보대출 463조7000억원(70.2%)과 기타 신용대출 196조7000억원(29.8%)로 구성됐다. 2008년부터 2016년 말까지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지속해서 상승했다. 기타 신용대출 비중은 감소했다. 2016년 이후부터는 기타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 전환했다.

기업대출의 대기업대출 규모는 161조8000억원(19.8%), 중소기업대출은 655조5000억원(80.2%)이다. 2015년 이후부터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 기업·가계대출 비중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국내은행 원화대출자산 운용의 특징으로 가계대출 위주의 자산 성장을 꼽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담보와 보증 위주의 보수적인 여신관행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대손비용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강화된 자본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기업대출 증가율 5.4%를 넘어섰다. 국내은행 중소기업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42.9%에서 58.1%로 증가했고 중소기업대출에서 우량차주대출은 10년 전보다 15% 이상 늘었다. 

▲ 주택매매가격지수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2013년 이후 개인사업자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임대업 편중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은퇴자 노후대비 수요 등으로 부동산임대업 대출 수요가 증가한 데다 은행이 담보 위주의 대출자산 확대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대출 가운데 담보(69.8%)·보증대출(10.7%) 비중은 80.5%에 달한다.

금감원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개 대기업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는 등 기업구조조정이 지속하면서 은행이 기업대출에 위축됐고 가계대출이 유리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장자율적으로 교정되기 어려운 가계대출 선호행태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가계대출은 다양한 경제적 유인에 따른 것으로 시장 자율적으로 교정되기 어려운 만큼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예대율 산출방식 차등화나 고위험 주담대 위험가중치 강화, 가계여신 편중리스크 평가 신설 등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 방안을 내놨다. 개편 방안은 ▲예대율 산출방식 차등화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강화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Sectoral Counter Cyclical Buffer) 도입 ▲가계여신 편중리스크 평가 신설 ▲기업금융 유인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