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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상품권으로 경기부양
소비촉진 위해 1인당 16만원 상당 ‘공짜 상품권’지급

지난 몇 년 동안 탄탄한 중소기업과 내수 덕에 호황을 구가해 온 대만의 경제마저 글로벌 금융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대만의 실물경제 지표들은 지난 2001년 정보기술(IT) 부문에서 거품이 붕괴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내년 상황도 그리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대만 정부가 사상 초유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국민에게 ‘공짜 상품권’을 나눠줌으로써 내수 진작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계속되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대만 정부는 당초 4.3%로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1.87%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의 5.08%에서 2.12%로 수정했다. 올해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2001년 IT 버블 붕괴 이래 최저이자 1974년 세계를 덮친 1차 오일쇼크 때의 1.38%보다도 낮은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상반기 4∼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3·4분기는 마이너스 1.02%, 4분기는 그보다 더 떨어져 마이너스 1.73%에 머물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정부가 예측하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2.12% 정도다. 대만의 중화경제연구원과 대만경제연구원은 각각 3.34%, 4.11%로 비교적 후하게 전망했지만 재조정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1∼2%의 전망치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5%,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EIU가 1.3%,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1.7%다.

수출ㆍ내수투자 모두 부진
내년 대만의 수출증가율 역시 IT 거품 붕괴 이래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 9.59%까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부터 나타난 수출 부진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만의 경제전문가들은 “현 수출 부진이 34년 전 1차 오일쇼크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투자 의지가 계속 위축되고 대외 수입도 대폭 줄어 당장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1만포인트에 육박했던 대만 증시는 최근 2~3개월 사이 4000선이 무너질 만큼 급락했다. 민간 소비도 덩달아 급감했다. 민간 소비감소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내수를 성장 기반으로 삼은 대만 경제는 결정타를 맞게 됐다.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민간투자의 마이너스 성장세 역시 내년 말까지 계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경기진작 위해 국민에 상품권을
충격에 빠진 대만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비책이 국민에게 상품권을 공짜로 지급하는 것이다. 대만 국적자라면 남녀노소·빈부에 상관없이 1인당 3600대만달러(약 16만원)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상품권 지급 총액은 829억대만달러다. 대만 행정원에 따르면 상품권 지급은 내년 설 전까지 완료되며 사용 기한은 내년 말까지다. 상품권 지급으로 기대되는 내년 대만의 경제성장률 상승 효과는 0.64%포인트 정도다.
전문가들은 상품권 지급 결정의 배경에 대해 “민간 소비가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며 “불경기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민간 소비 촉진은 중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베이징 특파원 (yeekin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