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4·27 남북정상회담, 6·12 미북 정상회담 후 남북관계가 급물살을타고 있다. 한미는 8월에 하는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남북은 다음달 평양에서 통일 농구를 열기로 했다. 남은 것은 경제관계 물꼬를 트는 것뿐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광산관광 재개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남북교역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등을 담은 5·24조치 해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핵무기 폐기와 해외반출 등의 조치를 할 경우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완화할 명분이 생기는 만큼 결국 공은 북한에 있다.

한미, 8월 UFG 연합훈련 일시중단 결정…1990년 이후 28년 만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한반도 비핵화와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미북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 UFG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했다"면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어 "후속하는 다른 (한미군사)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후속 연습은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훈련 등을 말한다.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촉진을 위해 UFG 연습의 일시중단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북한이 취할 비핵화 후속 이행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결정은 군사 측면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행동을 해소하는 첫 번째 조치로 평가된다. 따라서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장 폐기 등 상응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UFG 연습 일시중단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졌다. 한미는 1990년 미국 측의 걸프전 참전 때문에 당시 UFL(을지포커스렌즈) 연습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해마다 8월 하순 열리는 '워게임(war game)' 형식의 지휘소훈련(CPX)인 UFG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다. 1954년부터 유엔사 주관으로 시행하던 포커스렌즈 연습과 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정부 차원의 군사지원 훈련인 을지연습을 통합해 컴퓨터 워게임 기법을 적용했다. 2008년부터 UFL 연습에서 UFG 연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UFG 연습에는 매년 정부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 동원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함대 사령부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전시증원 미군 전력이 참가한다. 작년 UFG 연습에 미군 1만7500명(해외 증원군 3000명 포함)이 참가했다.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또 다른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보고 실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대화가 계속될 경우 3월 예정인 KR 연습과 FE 훈련도 일시 중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해마다 3월 실시되는 KR 연습도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워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이다. KR 연습이 끝나면 개최되는 FE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협상 기간 '워게임'(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나의 요구(request)였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희망하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판문점 체육회담서 합의… 亞경기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 “남과 북은 7월 4일을 계기로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개최하고 가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평양 경기에 남측은 남녀선수단을 북측에 파견하며 경기는 남북선수 혼합경기와 친선경기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남북통일농구는 2003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재개된다. 

남과 북은 또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 개폐회식에 공동 으로 입장하고 명칭은 코리아(KOREA), 약어 표기는 COR, 깃발은 한반도기, 노래는 아리랑을 사용하기로 했다. 

아시아경기 남북 공동 참가는 4·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이며, 역대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11번째 공동 입장이다.

일부 종목은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를 비롯한 종목별 국제 체육기구들과 제기되는 문제들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남과 북은 2018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비롯한 국제경기에 공동으로 출전하고 남과 북이 개최하는 국제경기에 서로 참가하며 종목별 합동훈련과 경기 등 남북 사이의 체육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은?

정치와 문화쪽 협력의 물꼬가 터진 만큼 이제 관심은 남북간 경제협력에 쏠리고 있다. 이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했다.

천해성 통일부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14명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은 지난 8일 오전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에 도착해  북측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방문점검 일정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당장 경협이 활성화되기에는 제약이 지나치게 많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국 정부 단독 제재도 있다. 특히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피격 침몰 후 정부가 발표한 5·24조치가 최대 난제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이 조치는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을 전면 불허, 남북 교역 중단, 국민의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적인 목적이라 해도 사전에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대북지원을 할 수 없게 됐다.

국제 제재든 우리 정부의 단독 제재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완화와 해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이 연말까지 북한 핵무기의 해외 반출 등을 단행한다면 국제사회와 한국정부가 대북 제재조치를 완화할 명분이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조만간 열릴 북미고위급 회담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18일(미국 현지시각)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후속 회담을 위해 재차 방북할 계획을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합의가 이뤄지고 연말까지 가시적 조치를 실행할 경우 내년부터 남북경협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와 우리의 5·24조치 등 제약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