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한미 군 당국은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내 전문가들은 단기 이익을 위해 미군 준비태세 약화시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미 군당국 UFG '유예'

한미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한 방어적 성격의 UFG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일시유예(suspend)하기로 했다"면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촉진을 위해 UFG 연습의 중단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북한이 취할 비핵화 후속 이행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 국방부는 또 "후속하는 다른 (한미군사)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마다 8월 하순에 열리는 워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CPX)인 UFG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다.  1954년부터 유엔사 주관으로 시행하던 포커스렌즈 연습과 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정부 차원의 군사지원 훈련인 을지연습을 통합해 컴퓨터 워게임 기법을 적용했다. 2008년부터 UFL(을지포커스렌즈) 연습에서 UFG 연습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UFG 연습에는 매년 정부 행정기관과 주요 민간 동원업체, 군단급 이상 육군부대, 함대 사령부급 이상 해군부대, 비행단급 이상 공군부대, 해병대사령부, 주한미군, 전시증원 미군 전력이 참가한다. 지난해 UFG 연습에 미군 1만7500명(해외 증원군 3000명이  포함)이 참가했다.

한미 국방부는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또 다른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보고 실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매년 3월 실시되는 키리졸브 연습도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둔 워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이다. 키리졸브 연습이 끝나면 개최되는 독수리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야외기동훈련(FTX)이다.

트럼프 협상 결렬시 즉지 재개...미국전문가 "미군 준비태세 약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협상 기간 '워게임'(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나의 요구(request)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선의의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중단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미 군수한련을 '꽤 도발적인(quite provocative)'란 표현을 써 북한을 거들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희망하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대북협상의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이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미국과 한국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18일 열린 2018년 한미전략포럼에서 빅터 차CSIS 한국석좌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취소 발언과 관련해, “단기적인 측면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좋게 보이는 양보를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 군대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도"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값 비싼 워게임’, 즉 전쟁 연습이라는 북한 측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발언은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것이 아니라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에 대한 아주 사소한(trivial) 양보에 불과하다며, 모든 사람들은 이번 미북 공동성명에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누락된 점을 비판하지만, 종전선언 또한 이번 공동성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미북회담은 북한이 많은 것을 실제로 포기한 반면 미국은 단지 약속만 많이 하는 등 처음부터 균형이 깨졌다고 지적하면서, 1994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사례가 있듯이 이번에도 한미 연합훈련 자체를 종식한다는 것이 아닌 잠시 중단(pause)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