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최근 6년 만에 게임업체 컴투스가 게임 시나리오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을 열어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게임업체가 마련한 공모전에서 우수한 작품이 당첨돼도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개발·서비스 업체 컴투스는 지난 15일 ‘컴투스 글로벌 게임 문학상 2018’을 벌인다고 밝혀 게임업계와  지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컴투스의 게임문학상은 NHN의 게임문학상 이후 6년 만에 마련되는 것이다. NHN은 지난 2010년 ‘제1회 게임 문학상’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3차례 게임 문학상을 열었다. 게임의 인문학적 가치를 높이고 역량 있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목표였다. 각 문학상의 총상금 규모는 1억원이었다. 매번 약 10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고, 당선작이 나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3년간 나온 당선작 중 실제 게임으로 만들어진 경우는 없었다.

NHN 관계자는 “당선작들이 창작성은 뛰어났지만, 게임 콘텐츠로 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게임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임에 들어가는 캐릭터와 던전 등 배치를 시나리오와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NHN의 게임 문학상은 2012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컴투스가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컴투스는 다음달 16일부터 컴투스 글로벌 게임 문학상을 여는데 공모 장르는 시나리오, 장편, 단편 부문이며, 총상금은 3000만원 규모다. 국내 거주 중인 내국인, 외국인은 연령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심사는 컴투스의 PD와 본부장 등 내부 전문가가 맡는다. 컴투스는 이번 게임 문학상을 사회공헌 프로젝트이자, 게임 시나리오 창작 부문 장려와 인재 발굴을 위해 마련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서사가 탄탄한 게임이 나오려면 좋은 시나리오가 더 많은 통로로 유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이번 공모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 게임 중 롱런 하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원작의 만화나 소설의 방대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많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판타지 만화 리니지를 원작으로 했고, 넥슨의 ‘바람의 나라’도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가 원작이다.

블리자드의 대작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는 방대하고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으로 유명하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여전히 전세계에서 약 1000만명의 유저가 유료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도 등장했다. 모바일게임 개발·서비스 업체 와이디온라인은 네이버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를 기반을 게임을 출시했다. 네오위즈도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를 기반으로 게임으로 만들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대작 게임이 많은 요즘 신작 게임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유명 IP를 사용해 유저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웹툰의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면서도 더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로 “유저는 스토리를 통해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얻는다”면서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게임의 끝에서 스토리의 엔딩을 봤을 때 오는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 컴투스는 글로벌 게임 문학상 2018을 개최한다. 출처=컴투스

게임에서 스토리는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잘 짜인 세계관 위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시나리오 속 캐릭터, 사건, 던전 등을 구현하는 것이 게임인 셈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사에는 기획단계에서 게임 시나리오를 만드는 직원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외부 작가와 계약하고 게임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한다. 또는 이미 있는 만화, 소설 등을 게임화하는 방법도 있다. 

게임 문학상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또 하나의 통로가 되어 줄 것으로 게임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NHN의 제2회 게임 문학상 대상 당선자는 시나리오가 게임화되진 못했지만 게임 기획 부문으로 입사하기도 했다. 

한국게임학회 이재홍 전 회장은 “국내 게임 산업에서 완성도가 높은 굵직한 IP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좋은 게임은 역동성과 서사성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게임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국내 게임의 경우 서사성보다 게임 내에서 보이는 스킬, 무기, 캐릭터의 성장 등 역동성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동성과 서사성을 동시에 갖춘 게임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꼽았다. 방대한 서사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질리지 않고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은 "서사가 탄탄한 게임이 나오려면 양질의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정부와 업계 모두 나서 시나리오 발굴 통로를 넓혀야 한다"면서 “규모가 큰 게임업체들은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을 더 많이 열고, 좋은 시나리오를 발굴해서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