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중국 최대 2차전지 기업 CATL이 지난 11일 중국 심천거래소 상장 이후 16일까지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함에 따라 배터리 업체 기업가치 상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증권 시장에 상장되자마자 시가총액의 급격한 상승을 보인 CATL로 인해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인 LG화학, 삼성SDI의 기업 가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9조 2000억원대에서 14일까지 시가총액 17조 7000억원으로 단 4일만에 시총이 92%나 증가했다. 상장 첫날 44%상승한 후 하루에 10%씩 시총이 오른 것이다. 15일에도 CATL은 최대 상승폭인 10%를 기록해 시총은 19조 40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증시는 등락 한도를 하루에 10% 제한하지만 상장 첫날은 44%까지 허용한다.

▲ CATL이 제작한 배터리. 출처=CATL

CATL은 ATL에서 2011년에 분사해 설립된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회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CATL의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은 2274.3MWh로 2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1% 급성장한 기록이다. 1위는 3330MWh의 파나소닉이다.

3위는 1736MWh의 BYD, 4위는 1672MWh의 LG화학이 차지했다. 삼성 SDI는 879MWh로 6위에 올랐다. 점유율로는 LG화학이 10.6%, 삼성SDI가 5.6%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출하량 성장은 각 사의 배터리 탑재 모델들의 판매 증가가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LG화학은 쉐보레 볼트(BOLT), 현대 아이오닉 EV, 스마트 포투 등에서 판매가 증가했고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530e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출처=SNE리서치

CATL로 2차전지 사업가치 상승 분위기

업계는 CATL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미래 사업으로 보고 꾸준히 투자해온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과 CATL의 자동차용 2차전지 경쟁력을 비교해 보면 현재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3세대 배터리가 본격 출시되는 2020년에는 LG화학이 다소 앞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술력 측면에서도 볼때 아우디,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둔 LG화학이 대부분의 매출을 중국 내수서 올리는 CATL보다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LG화학이 CATL보다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로부터 주문 받은 3세대 2차전지 수주 규모가 월등히 크고, 수주량에 기반한 설비 증설 규모도 앞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LG화학의 생산 설비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폴란드), 중국 등으로 다변화돼 있어 효율적인 생산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LG화학의 수주 잔량은 50조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 삼성SDI 성장 기대감

미래에셋대우도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의 프리미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는 자동차 업체들의 3세대 모델 출시로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LG화학의 올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액은 2조 7000억원에서 2020년 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3세대로 갈수록 선발 배터리 업체와 후발 배터리 업체간 격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원가 절감과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발 업체가 격차를 더 확대할 것”이라면서 “배터리 원가 절감을 위해 밀도를 높이는 케미칼 기술은 아날로그적 특성이 높아 후발 업체가 따라오는데 오랜 시간이 든다”고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LG화학의 전지부문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는 측면이 크다"면서 "본격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반영되는 2020년부터는 전지부문의 매출액 12조 2000억원, 영업이익은 7370억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만 하는 CATL이 15일에 시총 19조원을 돌파한 것을 보면 LG화학의 전지부문이 다소 저평가돼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도 올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2017년 매출액 1조 이후 올해는 이보다 48%가량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중국 시장 진입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유럽 고객의 모델 수 증가에 따라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특히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폭스바겐의 경우 디젤 게이트 이후 전기차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5년까지 전기차 300만대 판매가 목표인 만큼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CATL로 인해 배터리 기업의 가치상승이 이목을 끌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큰 흐름 속에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약진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라면서 “LG화학, 삼성SDI를 비롯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앞으로 더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