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야기에서 취업의 지혜를 알아보자. 작년 여름휴가가 막 시작될 즈음이었다. 어느 토요일에 서울의 청계산을 찾았다. 정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에 옆에 30대 초반의 친구로 보이는 남자 3명이 주고받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이 경남창원공단에서 근무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 재정리해본다.

“우리 회사에 이번에 축구 잘하는 신입사원 한 명 뽑았다. 걔는 축구로 취직된 친구야!”

“축구 잘한다고 최우선 취직이 돼?”

“응, 우리 회사 지난주 면접에서 그렇게 뽑았다고 인사부 직원한테서 들었어. 우리 공단에서 지금 이 시즌에 50개 정도 회사가 참가해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대회 예선전을 하거든. 9월쯤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상금도 제법 된대. 우리 회사도 1등 하려고 많은 노력 중이야.”

축구 관련 회사(축구단, 스포츠 마케팅, 축구용품 회사)도 아닌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필자가 추정컨데 회사가 본 것은 취업 지원자들의 일반 업무능력 측면에서의 역량이 고만고만하다면, 지금 관심사인 축구 잘하는 신입사원이 더 낫다고 봐서일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도 유사한 사례가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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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당락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의외의 곳에서 많이 있다. 기업을 경영하며 조직 운영을 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재주(TALENT)가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축구를 잘하고 좋아하는 경우다. 주로 POSITIVE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못한다고 탈락을 시키지는 않지만 잘하고 다른 것들이 비슷하다면 그 지원자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운동(축구, 골프, 야구, 농구), 취미(뮤지컬, 영화), 특별한 관심사(특이한 PET 선호)나 관광(역사, 문화재),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의 지식과 경험 그런 것들이다. 거래처나 방문한 바이어와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이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경우들이다. 저녁 식사시간에 피아노를 곁들인 노래 한 곡으로 큰 금액이 걸린 거래처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것 등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취업 준비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데 또 무엇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본인이 가진 재주를 입사지원, 면접 과정에서 충분히 보여주라는 것이다. ‘입사지원서에 이런 걸 왜 물어봐?’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별 용도가 없으면 그냥 그 상태로 끝나지만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그리고, 도움 여부는 취준생 당사자가 알 길이 없다) 단계별로 면접을 거쳐가는 과정에 과장 혹은 부장 혹은 본부장, 사장의 머리에서 번개같이 지나가는 장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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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사례1] 축구를 통해 취업준비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경력사원을 뽑을 때 스포츠를 좋아하는지 보겠다. 그 종목은 ‘축구’이다.”

수년 전 LG그룹 모 임원의 강연에서 들은 내용이다. 당시 연구개발(R&D)을 관장하는 입장에서 본인의 판단으로 뽑게 되는 경력사원 채용에 대한 소감을 말한 자리였다. 연구개발부문은 영업, 생산부문 등에 비해 비교적 개별화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선발할 때 꼭 스포츠를 좋아하냐고 묻겠다고 하며 무슨 종목일 것 같냐고 청중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결론은 ‘축구’라는 것이다. 어느 종목보다 팀의 인원이 많고 포지션이 정해져 있으면서 큰 전략은 감독이 제시해주지만,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감독의 지시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뛰는 종목이어서다. 스스로 창의적인 위치 선정, 팀원과의 조화, 패스의 타이밍, 전략적 후방 패스도 하는 등의 순간 판단력 등이 가장 필요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가장 유사한 종목이기에, 비슷한 조건이라면 축구 좋아하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예가 아니어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좋게 볼 확률이 높다. 개인 한계의 극복, 경쟁과 승부근성, 끝없는 판단과 선택 그리고 무엇보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골을 향해 집중하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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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사례2] 이번에는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의 고백담을 한 번 소개한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중에 여러 모로 국민들이나 축구계에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가 어린이 축구교실에서 했던 고백 중에 우리 취준생들이 귀담아 들을 TIP이 하나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키가 크질 않아서 축구를 포기하라는 감독이나 주변의 권유가 있었다. 특히 덩치가 큰 상대가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해주고 뒤를 돌아 들어가는 방식으로 돌파를 했다. 그런데 패스를 할 때든 뒤돌아 침투할 때든 평소 관계가 좋아야 다음으로 연결이 된다는 판단으로 늘 선후배 동료들과 인간관계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 방식으로 어린 시절의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했다.”

그 결과 수차례의 월드컵 출전에서 큰 활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베로로 후방수비의 마지막을 책임지던 활약이었다. 그리고도, 최전방으로 한 방에 보내는 대단한 패싱 능력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그런 인성과 태도 덕분에 축구계에서 누구보다 인정받으며 지금도 큰 활약을 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내가 모자란 것을 동료의 협조를 통해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지혜! 이 정도면 내가 좀 모자란 것이 무슨 흉이 되겠는가?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해 극복하는 멋진 모습일 것이다.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는 모든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뽑는 사람은 모든 항목에 눈길을 보낸다. 취준생 개인정보의 가치는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의외의 선택이 있을 수도 있다.

둘째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입사원의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입사하면 새롭게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학점이나 스펙 등에 기죽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취업 중인 한국 청년들의 경우도 축구를 잘하면 현지 직원들과 훨씬 가깝게 지내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박항서 감독이 국가적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니 더 신난다고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