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 15일 4월에 이어 1102개의 대중(對中) 제재품목을 발표함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품목 중 우리 기업과 연관된 품목도 있기에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무역협회(무협)의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통상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중국의 패권도전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품목을 제재대상으로 선정했다. 15일 발표된 1102개 품목은 중국 첨단 기술품목인 항공, 정보통신, 로봇, 산업기계, 신소재,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15일 발표한 1102개 품목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818개 품목은 이전 잠정 제재품목인 1333개의 일부분이고, 284개는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284개 품목은 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견제하는 신규 제재 품목으로 알려졌다. 818개 품목에 대해서는 25%의 관세가 다음달 6일부터 부과되고, 284개 품목 중 최종 제재 품목은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industrially significant technologies)’이 적용된 수입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자국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TV, 휴대폰과 같은 소비재는 제제대상서 제외됐다.

▲ 미국이 중국에 관세 추과 부과를 시행, 검토중인 물품 1102개. 출처=한국무역협회

한국 기업에 줄 영향 면밀히 주시해야

협회는 한국 기업이 미국의 조치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간접적인 피해’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1333개 품목에 포함돼 있던 818개 품목은 당장 다음달 6일부터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기에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역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1333개 품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656개사)의 6.4%인 42개사 정도여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협회 관계자는 “제재 품목이 1333개에서 818개 품목으로 줄어들면서 우리에게 민감할 수 있는 가전과 철강 등이 제재 품목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새로 우려해야 할 품목은 이번에 중국 첨단 기술품목을 제재할 목적으로 신규 지정된 284개 품목이다. 이 품목군에는 우리 기업에 민감할 수 있는 전기전자, 기계, 철강 품목이 포함돼 있어 관련 기업의 심도있는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다만 공청회를 포함해 공시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재 품목이 재차 검토될 예정인 만큼 시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첨단과학기술 개발에 사활을 건 중국이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묵과의 전면적 통상갈등도 불사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이 강대강으로 부딪히면 양국 경제에 치명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양국 간 사전 협의를 통해 타협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예상한 것은 과거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통상갈등에서 일본이 피해를 본 것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은 통상법 301조와 반덤핑관세로 반도체분야에서 일본의 부상을 견제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산 슈퍼컴퓨터에도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첨단과학분야에서 기술패권을 유지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