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재발했다. 한동안 두 나라가 서로를 향한 비수를 감추며 호흡을 고르는 한편 외교를 통해 접점을 찾는가 싶었으나, 미국이 기습적으로 추가 관세를 강행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 비슷한 규모의 추가 관세를 꺼내며 맞서는 중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4조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하면서 가라 앉는 듯했던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점화됐다. 출처= irishtimes.com

시작은 미국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두 나라의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500억달러 수준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중국의 허를 찔렀다. 500억달러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기준 15% 수준이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간신히 제재안 완화를 끌어내며 한숨을 돌렸던 ZTE의 주가는 당장 곤두박질쳤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상품은 총 1102개 품목이다. 관세 부과는 2단계로 진행되며, 1차에는 340억달러 규모 818개 품목이 내달 6일부터 적용된다. 나머지는 추가 검토를 통해 관세 부과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인 제조업 품목도 있지만 정보통신과 로봇공학 등 첨단기술 제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미국은 이번 관세 부과가 자국의 기술, 지식재산권의 불공정한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으나, 이면에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 깔렸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중산층이 많은 사회)를 구현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한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는 인터넷 경쟁력이 제조산업을 개조하고 바꾸는 알고리즘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이 총망라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산업의 DNA를 개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대형 제조업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2015년 0.95%에서 오는 2025년 1.68%로 끌어올리기로 하는 등 다양한 세부전략도 세웠으며 10대 중점 업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선택과 집중에도 나선다.

제조업 인프라에 첨단 ICT 기술을 연결,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낸다는 청사진이다.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템을 자극하자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6일 미국과 동등한 규모의 보복 조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659개로 미국의 조치보다 적지만 금액은 동일한 500억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다.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 지역과 관련된 품목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하는 분위기지만, 그 이상의 확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이 500억달러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직후 중국이 동일한 500억달러의 고율 관세로 맞선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맞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정서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두 나라의 무역 규모를 고려할 때, 500억달러는 큰 금액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한동안 두 나라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두 나라 모두 판을 필요이상으로 키우기는 부담스러워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