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배키우동 입구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일본에 온 것 같았다. 다소 오버스럽게 첫 문장을 적어봤다. 평소 오버하는 걸 싫어하지만 여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다. “일본 식당을 통째로 가져왔다”는 표현이 ‘배키우동(べき)’을 가장 적절히 설명했다.

지난 6월 12일 오후 2시 서울 연남동 배키우동에 도착했다. 외관을 일본식으로 디자인한 식당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일본어로 반겨주는 직원들. 아직 크게 놀랍진 않다. 일본식 식당을 표방하는 많은 음식점이 손님에게 일본어로 인사를 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식당 내부에는 일본 잡지, 일본 그림 등 소품이 장식돼 있다. 일본산 유선 전화기까지 있다. 일본 느낌을 내기 위해 신경 쓴 모습이 역력했다. 그때 어디선가 일본어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은 TV. 일본 드라마가 한국 자막도 없이 방영되고 있었다. 일본 방송까지 틀어놓는 디테일이라니.

압권은 화장실이었다. 변기가 평소 본 것과 조금 달랐다. 용변기 뒤에 세면대가 달려 있다. 물을 내리면 수도관에서 물이 나온다. 배키우동의 백희(41) 대표는 “변기도 일본에서 직접 가져왔어요. 좀 수고스럽더라도 최대한 일본 느낌을 내고 싶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웃음을 뿜었지만, 동시에 백 대표의 진정성을 느꼈다. 음식 맛이 더 궁금해졌다.

 

1. 음식종류

일본 정통 음식

 

2. 위치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81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 브레이크타임: 15:00~17:00 / 월요일 휴무

메뉴: 가케우동 7000원, 니꾸우동 11000원, 치쿠와텐우동 10000원, 카키아게우동 10000원, 기츠네우동 10000원, 고보텐우동 10000원, 아사리우동 11000원, 지도리우동 11000원, 고보니꾸타마고토지우동 11000원, 마루텐우동 10000원, 스지우동 12000원

붓카케우동 7000원, 카키아게붓가케 10000원, 이까텐붓가케 10000원, 토리텐붓가케 10000원, 치쿠타마텐붓가케 10000원, 에비텐붓가케 11000원, 토로로붓가케 11000원, 고보니꾸붓가케 11000원, 멘타이코붓가케 12000원, 자루우동 9000원

카레우동 8000원, 토리텐카레우동 10000원, 고보니꾸토지카레우동 11000원, 새우덴뿌라 카레우동 16000원, 니꾸 가마타마우동 10000원, 멘타이버터 가마타마우동 10000원, 부타동 10000원, 카레덮밥 8000원

 

3. 상호

상호는 백희 대표 본인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백희’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배키’와 비슷하다. 배키(べき)는 일본어로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뜻이다.

 

4. 경영철학

경영철학은 ‘최고를 보여주고 기본이라고 말하자’다. 최고의 서비스와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배키우동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백 대표는 “기초를 충실히 해야 한다”며, 그 예로 물을 들었다. 배키우동은 모든 음식에 정수기 물을 쓰지 않고 여과기를 이용해 정화한 이온수를 사용한다. 우동요리의 기본인 물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경영철학이 또 하나 있다. ‘인사가 만사다.’ 백 대표는 손님에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고 했다.

 

5. 주메뉴

백 대표는 두 가지 메뉴를 추천했다. 우선 냉우동인 ‘붓가케우동’이다. 냉우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고객이 배키우동의 쫄깃한 면발을 꼭 느껴봤으면 해서다. 국물 없이 면에 ‘쯔유’를 부어먹는 냉우동은 면발의 쫄깃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배키우동은 냉동면이 아닌 당일에 뽑은 생면을 사용하고, 쯔유 또한 간장을 직접 우려 만든다고 했다.

백 대표는 두 번째로 ‘새우튀김카레우동’을 먹어보길 권했다. 배키우동은 일본 현지 카레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일본 카레 분을 가져와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고 그는 설명했다. 맛도 있었지만 튀김의 종류와 양이 푸짐해 비주얼도 예뻤다. 평소 음식사진을 잘 안 찍는 사람도 카메라를 들게 된다.

손님들 사이에선 ‘부타동’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양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또 한 번 놀란다는 반응이다. 호불호가 거의 없이 즐길 만한 메뉴이며, 돼기고기의 불맛이 일품이다.

배키우동의 '에비텐붓가케'. 쯔유를 기호에 맞게 부어먹으면 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배키우동의 '새우덴뿌라 카레우동'. 다양한 튀김이 눈에 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배키우동의 '부타동'. 고기의 불맛이 일품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6. 맛의 비결

백 대표는 맛의 비결은 ‘정성’이라고 말했다. 배키우동은 육수를 만들 때 디지털 온도계를 쓰지 않고 막대온도계를 사용한다. 온도를 세심히 확인하며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우린다. 또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재료로 오랜 시간 끓인다.

백 대표는 “사실 육수를 온도계 없이 눈대중으로 끓여도 손님들은 잘 모르시거든요. 근데 그렇게 하면 스스로 자신이 없잖아요. 만드는 사람 스스로 음식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7. 특별한 서비스

백 대표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외관에서도 손님들이 일본의 느낌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신경을 썼다. 조리기구, 냉장고, 그릇, 접시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건을 일본에서 직접 가지고 왔다. 변기까지 들고 왔으니 말 다 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문화인 식사 전에 손님에게 물수건을 건네주는 서비스를 했다. 특히 겨울엔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줘서 손님들의 반응이 아주 좋을 수밖에 없다.

백 대표는 일본에 건너가 우동을 배웠다. 그곳에서 일본의 배려와 예의, 절약 문화 등을 알게 됐다. 백 대표는 “일본 것이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지만, 일본의 감성을 배키우동을 찾은 고객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손님들이 어? 이거 내가 일본 갔을 때 봤던 건데 여기에 있네? 하면서 반가워하거나, 절수형 변기를 사용해보면서 물 절약을 잠시 생각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일본 정통 음식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8. 고객이 전하는 ‘배키우동’

“아 멀리서 왔는데….”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고객들의 아쉬운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식당에 준비된 재료가 소진돼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점심 손님 중 마지막으로 들어온 손님에게 다가갔다. 젊은 남성 둘이었다. 그중 한 손님은 “SNS에서 배키우동이 워낙 맛이 좋다는 말을 듣고 여의도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면서, “조금만 늦었으면 못 먹을 뻔 했는데 다행이다”며 안도했다. 다 먹고 나선 “너무 잘 먹었다”며 연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소문 듣고 찾아가도 실망하지 않는 식당. 연남동 배키우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