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추이 (출처=주택산업연구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전국적으로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면서 입주대란으로 인한 미입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 집이 넘쳐나게 될 실정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6월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가 조사 이래 최저 수주인 59.4를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Housing Occupancy Survey Index)는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인 단지의 입주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매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다.

6월 입주 예정 물량은 총 84개 단지 4만3379가구로 경기도에만 2만977가구가 입주했다. 이 가운데 입주여건이 지방을 중심으로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입주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이 관리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5월 HOSI 입주전망치는 71.5였지만 한 달 사이에 11.4포인트가 하락했다.

입주전망치가 71.5를 기록했던 5월의 실제 입주율은 74.5%로 10채 중 3채가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는 시점 기준으로 빈 집으로 남았다. 이 같은 가운데 6월 HOSI가 5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점은 향후 빈 집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에 입주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의 분양호수 중 입주 및 잔금 납부한 호수 비중으로 입주자 모집 공고 시 미분양 물량은 제외된다.

5월 입주기간이 만료되는 단지의 입주율은 전국 74.5%, 수도권 85.4%, 지방 72.2% 수준으로 조사됐다. 제주권 입주율은 68.0%로 5개월째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와 부산, 경상권 입주율이 전월 대비 4.7%포인트 하락하는 등 지방의 입주율 저조가 두드러졌다. 대구와 부산, 경상권과 광주·전라권의 입주율은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입주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새 아파트 미입주 사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세입자 미확보’ 38.7% 조사됐다.

주택산업연구원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갭투자를 했다가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미입주가 된 사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갭투자 이외에도 최근 2~3년 지속된 부동산 훈풍으로 계약이 완료된 단지들이 정작 입주 당시 부동산 상황이 분양 당시와 사뭇 달라지면서 입주를 꺼리는 가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숨시티’라는 오명으로 현재 불리고 있는 대림산업의 용인 남사 ‘e편한세상 한숲시티’는 6800가구 신도시급 대단지다. 이 단지의 입주 지정 기간은 6월 29일부터 9월 30일까지이다. 당초 8월에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날 예정이었지만 입주민들의 항의로 9월 30일로 연장됐다. 문제는 분양 당시 홍보하던 것과 다르게 교통여건이 미비한 데다 당초 개교할 것으로 알려졌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설립이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4㎡ 기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 형성되기까지 했다. 결국 입주자들이 전세로 돌리려고 했지만 전세매물이 몰리면서 전세시세 가격은 1억원 정도로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수준으로 내려갔다.

용인시 남사면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분양권을 팔고 싶은 투자자도 상당하다”며 “현재 전세로 돌린다고 해도 전세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는 다시 전세물량이 쏟아져서 전세가격이 오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주택매각이 지연되면서 미입주가 이어진 사례 역시 전체의 32.0%를 차지했다. 이어 잔금대출 미확보 12.0%, 기타 9.3%, 분양권 매도 지연 8.0%로 응답됐다.

입주 지정 기간 내에 입주하지 못할 경우 입주자 입장에서는 연체료를 납부해야 한다. 결국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일부 건설사 측에서는 연체료를 할인하거나 대출해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입주는 잔금이 치러진 다음에 진행되는 것으로, 건설사들이 입주 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올해 건설사들의 주택 관련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6월 입주규모가 큰 대단지들의 입주가 몰렸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많이 긴장을 하고 있다”며 “분양 당시에는 100% 계약을 완료했지만 정작 입주 때 물량이 몰린 데다 대출이 쉽지 않아진 점 등이 입주 리스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는 김포와 용인, 수원, 화성, 광주 등 경기도에 8곳, 서울과 부산, 강원에 각각 1개 단지가 입주한다.

6월 입주한 물량은 지역별로 경기는 29개 단지 2만977가구, 서울 9개 단지 4432가구, 경남 11개 단지 5313가구, 부산 7개 단지 3403가구, 강원 5개 단지 2088가구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6월에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경기도, 부산, 강원 등의 지역에 입주 예정인 사업자는 시장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분양자의 미입주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기간 내 입주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입주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