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명운과 관련된 이슈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워낙 많은 이슈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일 이야기를 포함, 다양한 이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대화를 하면서도 의외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직스쿨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 이러한 결핍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필자는 꼭 “친구에 가까운 직장 동료가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해본다. 대부분은 “아니요”라는 답을 내놓고, 곧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를 공간에서 진정성 있는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 직장 속에서 마음에 적을 둘 만한 사람들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소위 ‘잡담’을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사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단순 불만일 수도 있다. 또한 당연히 회사란 일하는 곳이지 노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대화를 제외하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 윗사람들이 “우리 회사는 너무 말이 많아요”라는 그 반대의 불만을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일이 아닌 이야기만 하는 회사들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아무리 회사라고 해도 어떻게 계속 ‘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회사, 조직 모두가 이익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근무하는 하루의 8시간 동안 일에만 몰두하기 쉽지 않다.

기-승-전-일이라고 해도, 기-승-전 단계에서는 적어도 우리 비즈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가십처럼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이 곧 우리의 고객의 일이고, 고객은 회사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데 말이다. 굳이 우리 일과 연결하지 않아도 좋다. 동료들과의 다양한 대화는 실제로 일의 성과에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얼마든지 있다.

찰스 두히그의 책 <습관의 힘>에는 위와 같은 사례 연구가 있다. 조직의 Small Talk가 주는 힘에 대한 짧은 언급 말이다. 책 속에서 같은 근무 환경이지만, 일의 효과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직원들 사이의 다양한 접촉 가능한 시공간의 구성으로 그들 사이의 발생한 유대감이, 결국 비즈니스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는 여전히 딱딱하고 굳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을 권한다. 마치 약간의 건조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스타트업은 약간 예외일지 모르지만, 기존 기업들 특히 비즈니스 형태가 B2B인 경우, 여전히 따사로운 형광등 아래에 모두가 비슷한 책상을 쓰고, 파티션 너머의 선후배를 의식하는 듯 안 하는 듯 하면서 매일같이 버티는 것에 이골이 나 있다. 예전에도 그래왔기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러는 것을 강요받는다.

이는 결국에 끊임없이 기계와 같은 ‘밀도 있는 근로’를 요구받았다. 또한 이를 얼마나 수행하는가는 결국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게 만들었다. 당연히 ‘근로 시간(52시간)’에 커피 타임을 포함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노동부 및 근로감독 측과 기업 측이 날선 신경전을 벌였을 정도니 참 씁쓸하다. 여전히 우리의 일하는 가치를 시간에 제약을 두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21세기가 한참 지난 작금에도 말이다. 우리는 이미 ‘지식 근로자’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시간 대비 노동의 가치를 매기는 것에 반대한다. 어떻게 일한 시간으로 급여 및 노동가치를 추산할 수 있느냐 말이다. 산업화 사회의 잔재라고 볼 수 있고, 적어도 일의 가치를 시간에 두고 하는 것 그리고 노동을 통해 발생한 가치만을 두고 평가하는 것의 구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당연히 전자의 기준만으로 평가하다 보니, 우선적으로 노동 시간에 대한 통제를 하는 것이고, 누가 더 잘하는가보다 누가 더 오래 일했는가를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성실하면 성과가 잘 나는 것인지, 성과가 잘 나는 이가 성실한 것인지 참 오리무중이다.

그렇게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우리 직장인은 대화를 잃어갔다. 잡담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 시간만 없을까, 여유도 없고, 직장 내에 마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바깥의 경쟁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밟고 올라서야만 인정받을 수 있기에, 그들끼리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분명 조직의 역량이 개인의 역량을 앞선다고는 하지만, 실제 조직에서 개인의 성장에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줄어든 시간 내에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 대비 높은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미숙련자 혹은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이 크게 관련이 없는 직종 또는 직무에 문제가 많아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지 말지, 지키면 얼마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가 회사가 너무나 팍팍하고 삭막해져 직장의 수준이 곧 일하는 시간 대비 얻을 수 있는 가치, 또는 직접 수령하는 급여를 시간으로 나눠 직장의 수준을 평가할까 무섭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료끼리의 유대감, 다른 종류의 경험을 통해 연대 의식을 갖는 것이 단순히 비즈니스 성과에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개인들에게 안정감, 소속감을 주어 오랫동안 조직에 남아 있을 명분을 주는 것이다.

서로 쌓은 유대감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한 배를 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을 공장 및 현장으로, 또는 그 반대로 돌리면서 서로의 일을 이해하는 직접적인 과정, 그리고 일하는 순간을 공유하면서 잠시 함께 머리 식히고 데우는 과정 모두가 필요한 것이다.

얼마나 조직을 이해하고, 조직의 비즈니스와 전략과 정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얼마나 어떻게 참여시키는가, 그 분위기를 주어진 시간 내에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는 리더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각각의 직장인 개인도 마찬가지로 내 일터 속에 내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누구와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고, 경쟁과 연대를 얼마나 적절히 섞어서 최소한의 제대로 된 성장을 할 것인지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제 리더들은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다. 조직의 성과를 일부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진 개인에게 맡겨, 일해왔던 시간 대비 높은 효율성의 방식에서 과연 우리 기업은 어느 방향으로 조직 분위기를 이끌고, 그것이 내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닌 조직과 개인이 얼마나 조화롭게 오래 갈 수 있을지를 말이다. 한 예로 “직원들이 오래도록 근무하기 위한 분위기 및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단순히 월급만 많이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혹은 ‘돈만 많이 주면 뭐든지 다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둘만 만나서 일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그걸로만 만족하지 못한다. 그 이상을 원하고, 그중에는 꼭 ‘사람’이 있다. 사람다운 사람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하는 것, 대부분의 직장인이 가지고 있는 이상일지 모른다.

다만 그 이상을 최대한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리더, 조직, 개개인의 적절한 노력만이 우리 각자의 직장생명 연장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목적성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부터 중장년 및 청년 실업 문제, 각종 취업 환경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 시대에 사람답게 사는 삶은 나름대로 ‘제대로 일하는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