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연극 <뉴보잉보잉>은 세 명의 약혼녀(이수, 지수, 혜수)를 둔 바람둥이 남자 주인공(성기)과 그의 집에 놀러 온 친구(순성), 그리고 가정부(옥희)가 한데 모여 한바탕 벌이는 소동극이다.

▲ 연극 '뉴보잉보잉' 포스터. 출처=극단 두레

“(하나도 둘도 아니고 무려) 셋이 딱 좋아. 적당해”라며 약혼녀는 세 명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성기는 대담하게도 모두 같은 직업군에 있는 약혼녀를 두고 있다. 이수, 지수, 혜수라는 이름까지 비슷한 그녀들의 직업은 모두 스튜어디스. 각기 다른 항공사에 있는 탓에 비행 스케줄이 서로 다르고, 덕분에 그녀들을 교대로 만날 수 있어 좋다는 성기의 설명이 순성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성기의 집에서 지내게 된 순성에게도 일종의 위기가 닥쳐온다. 순성에게 자기의 비밀을 밝힌 성기가 좀 더 ‘잘’ 바람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본의 아니게 공범이 된 순성은, 안 그래도 복잡한 성기 약혼녀들의 스케줄을 외우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 스케줄들이 자꾸 변경되면서 이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성기의 바람 행각을 돕는 또 다른 조력자는 성기의 집 가정부 옥희다. 그녀는 성기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지켜봤으며, 각 약혼녀들과 나름의 유대관계까지 맺고 있다. 지적이며 우아한 이수에게는 물건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열정 넘치는 혜수와는 특유의 동작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는 식이다. 또한 옥희는 성기의 친구 순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관계를 형성한다.

이 연극의 웃음 포인트는 완벽하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바람 스케줄’이 어그러지는 순간부터다. 이수와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그녀를 내보낸 성기는 예정대로 지수를 맞이한다. 하지만 다른 약혼녀들의 전화와 편지 때문에 지수에게 의심을 사자, 서둘러 그녀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간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일정이 당겨진 혜수가 들이닥치고, 집에 있던 순성은 그녀와 뜻밖의 인사를 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풍우로 인해 비행 시간이 바뀐 지수를 데리고 성기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순성은 그야말로 ‘진땀 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관객은 순성이 애를 쓰면서 혜수의 존재를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모습에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다. 순성이 땀을 더 많이 흘릴수록, 웃음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극의 상황은 점점 꼬여가면서 이수까지 성기의 집에 오게 되고, 결국 세 명의 약혼녀가 한 집에 모이며 ‘순성과 성기는 숨이 막힐 것 같지만 관객은 그만큼 웃게 되는’ 순간이 만들어진다. 관객은 약혼녀들이 서로 마주칠 것 같은 순간, 결국 마주치게 되는 순간 등에서는 스릴을 느끼면서도 그만큼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 연극 '뉴보잉보잉'을 빛낸 배우들. 출처=극단 두레

<뉴보잉보잉>은 지난 2002년 극단 두레에서 시작해 올해로 16년째 장기 상연하고 있는 연극이다. 대학로 최다 관객인 360만명 관람이라는 기록도 세웠으며 그동안 <뉴보잉보잉>을 거쳐간 스타들은 배우 허정민, 안재홍, 개그우먼 맹승지 등 다양하다. 마르코 까블레띠의 희곡을 원작으로 했으며 대학로의 스타 연출가 손남목이 연출을 맡았다. 현재 두레홀 3관에서 오픈런(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 공연하는 방식)으로 공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