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부회장이 자기의 SNS에 올린 삐에로쇼핑 이미지. 출처= 정용진 인스타그램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테마파크형 쇼핑몰 스타필드,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등 독특한 콘셉트의 유통 채널로 업계의 변화들을 제안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또 ‘새로운 것’을 선보인다. 일련의 시도들로 유통업체의 테마나 전문성을 강조해 온 정 부회장의 새로운 유통 실험은 바로 잡화점이다. 이름 하여 ‘듣도 보도 못한’ 새로움을 표방하는 잡화점 ‘삐에로쇼핑’이다. 과연 그의 새로운 실험은 어떤 모습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을 맞이할까.

 

▲ 3월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듣도 보도 못한 잡화점 ‘삐에로쇼핑’

스타필드나 일렉트로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잡화점도 약 1년의 기간 동안 기획부터 출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정 부회장이 직접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신세계가 새로운 잡화점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삐에로쇼핑’이라는 브랜드의 이름이 공식 거론된 것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정용진 부회장은 “곧 선보일 잡화점의 이름은 삐에로쇼핑이며 6월 말, 지금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이 장소(코엑스)에 처음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자기의 SNS에 ‘듣도 보도 못한 잡화점’이라는 문구와 삐에로 그림이 그려진 ‘삐에로쇼핑’의 광고 이미지를 올려 개점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삐에로쇼핑이 잡화점 형태의 매장을 표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형태의 유통 채널인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 형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례는 있다. 바로 일본의 잡화점 브랜드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다. 정 부회장은 삐에로쇼핑의 콘셉트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일본 돈키호테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 넓은 매장 내부가 상품으로 빼곡히 차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군들이 마련돼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정훈 기자

일본 돈키호테는 창고를 연상케 하는 빼곡한 상품 진열, ‘없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 구성, 저렴한 상품 가격으로 유명한 잡화점이다. 돈키호테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유통 채널들 중 하나로 특히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관광, 쇼핑 코스다. 일본 특유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번뜩이는 생활용품부터 의약품, 인테리어용품, 문구, 식품, 거기에 성인용품까지 값싸고 다양한 물건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광범위한 상품 구성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24시간 영업은 돈키호테의 가장 큰 강점이다.

물론 돈키호테는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가 반영된 매장이기 때문에 삐에로쇼핑이 돈키호테의 운영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가성비’와 ‘구성’을 강조하는 기본은 유사한 면이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다이소 넘어설 수 있나? ‘차별화’ 관건

스타필드나 일렉트로마트가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은 콘셉트의 차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와 대형 쇼핑몰의 결합, 그리고 젊은 층 가전제품 수요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가전 테마별 매장 구성은 분명 기존 쇼핑몰이나 가전 판매점과 차별화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삐에로쇼핑의 차별화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잡화 판매는 이미 일반 대형마트에서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잡화점으로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오랜 기간 동안 인지도를 쌓은 잡화점 ‘다이소’, ‘미니소’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어도 삐에로쇼핑이 스타필드나 일렉트로마트와 같은 차별화를 염두에 둔다면 경쟁 브랜드들과 비교할 수 없는 광범위한(혹은 독특한) 상품 구성이나 현저히 저렴한 가격 혹은 온라인-모바일 쇼핑과 연결된 부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은 오는 26일 코엑스에서 그 모습이 공개된다. 과연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에는 어떤 시도로 또 한 번 유통업계를 들썩이게 만들까. 그 시도는 삐에로쑈핑의 슬로건처럼 정말 이전에 없던 '듣도 보도 못한' 것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