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스마트워치 시장은 조금씩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밴드 중심의 저가 웨어러블 기기가 존재감을 상실하는 대신 고가의 스마트워치가 빠르게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애플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애플워치3 LTE 버전이 국내에 출시된다. 출처=LG유플러스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애플천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목 착용 전용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단말기 출하량은 251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에 그쳤다. 스마트밴드와 같은 피트니스 트래킹 중심의 단말기가 크게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만 보면 웨어러블 시장의 불황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시장이 여전히 정체기를 보이고 있으나, 스마트워치 시장이 살아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8.4%나 증가했다. 전체 웨어러블 시장이 올해 1분기 기준 1.2% 성장에 그쳤으나 스마트워치 시장은 약 30배 수준의 성장동력을 보여준 셈이다. 웨어러블 시장의 중심이 조금씩 스마트워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을 주도하는 톱5 업체만 봐도 스마트워치 중심의 시장 재편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애플이 약 400만대 출하량을 기록해 1위를 기록했으며 샤오미가 370만대, 핏비트가 220만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점유율이 16.1%, 14.8%, 8.7%인 가운데 애플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로 대표되는 스마트워치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밴드 중심의 샤오미와 핏비트가 애플워치를 내세운 애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의 추이. 출처=디지에코

애플워치의 존재감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애플워치3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 일반 시계 브랜드를 누르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계’가 되는 명예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의 성공은 LTE 지원 단말 출시국을 확대하는 승부수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6월 15일 애플워치3 LTE 버전이 출시됐다. 디자인별로 52만5800원부터 최대 79만2000원 출고가가 책정됐으며 공시 지원금은 7만원이다. 피트니스 기능을 강화했으며 자체 데이터 통신을 탑재한 LTE 버전의 강점을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SIM 등록이 필요하고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지만 벌써부터 큰 인기를 끌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만 개통이 가능하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iOS 생태계도 애플워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함께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iOS는 많은 애플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크게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초연결 ICT 기술들이 iOS를 플랫폼으로 삼아 구동되기 때문에, 애플워치의 승승장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워치OS 5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 WWDC 2018을 통해 공개한 워치OS 5는 애플워치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확보하며 요가와 하이킹 기능을 추가하는 등 피트니스에 집중했다.

애플워치3와 워치 OS5가 피트니스에 집중하는 장면은 추후 스마트워치 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주요 IT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애플워치에 사용자의 터치에 반응하는 솔리드 스테이트(Solid-State) 버튼을 제공하고 해당 버튼을 통해 심전도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신규 버튼과 관련해 지난 2018년 3월 미국 특허청은 애플이 2016년 9월 12일 출원한 터치와 압력 인식이 가능한 스위치 특허를 공개한 바 있으며, 심전도 측정 기능 관련 특허도 2016년 8월 공개된 바 있다.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이 스마트워치로 수렴되며, 스마트밴드가 주축이던 피트니스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는 모양새다. 한동안 웨어러블 시장을 호령하던 스마트밴드는 주력인 피트니스 기능을 스마트워치에 빼앗기며,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핏비트와 같은 웨어러블 회사들이 스마트워치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애플이 보유한 스마트워치 전용 피트니스 특허. 출처=디지에코

삼성도 한 칼 있다

애플은 웨어러블 시장의 변화와 스마트워치의 피트니스 강화라는 트렌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다. 삼성전자도 추격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의 IT매체 <폰아레나>는 지난 5월 23일 삼성전자가 조만간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공개하며, 구글의 구글웨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유명 IT 블로거 에반 블래스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로 활용하던 타이젠을 포기하는 대신, 구글 웨어의 손을 잡고 새로운 전략에 나설 전망이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운영체제 독립을 상징했으나, 최근 점유율이 끝없이 하락해 사실상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인도 등에서 Z 시리즈의 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됐으나 글로벌 점유율은 0% 수준으로 알려졌다. 타이젠을 과감히 포기하고 구글의 손을 잡을 계획으로 보인다.

오는 9월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공개하며 스마트워치 브랜드명을 기존 기어가 아닌, 스마트폰의 갤럭시와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와 갤럭시 핏이라는 상표권을 획득하며 이러한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에서는 기어S 시리즈를, 웨어러블에서는 핏 시리즈를 내세웠으나 이를 갤럭시로 리브랜딩한다는 뜻이다.

핏 시리즈는 2016년 기어핏 2 프로 후 별다른 행보가 없었다. 다만 기어S로 대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브랜드는 부침은 있으나 업계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다. 애플의 애플워치와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이지만 2군 시장에서 꾸준히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IFA 2018에서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를 모두 갤럭시로 통합하는 이유는 강력한 갤럭시 스마트폰 브랜딩의 확장을 통한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삼성전자도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삼성전자

KT 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현재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이 시장 점유율 1위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애플워치가 피트니스 기능 없이 기본적인 기능과 디자인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스마트밴드의 피트니스 기능이 스마트워치의 도전에 무너졌듯이, 최근의 시장 변화는 피트니스 강화가 핵심이 아니라 피트니스를 포함한 스마트워치 시장의 강세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디지에코는 “애플을 제외한 타 스마트 시계 제조사들의 경우 기존 단말에 건강관리 기능만 추가해서는 높은 판매량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이라면서 “단말기 완성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에코는 마지막으로 “현재 추세라면 완성형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만 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제조사들은 애플의 트렌드를 충실히 학습하며 미래 핵심 먹거리가 될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와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단말 시대를 동시에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