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4조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하면서 가라 앉는 듯했던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점화됐다.     출처= irishtimes.com

북미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과 상무부, 재무부, 미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료들과 회의를 가진 후,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美中 무역전쟁 다시 점화하나

미국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15일까지 부과 대상 품목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으름장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이 공개한 잠정 부과 대상 1300개 품목에서 다소 줄어든 800개 품목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USTR은 공청회 등을 통해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 과도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해 왔다.

이번 확정된 관세 부과 대상은,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을 꾀하고 있는 하이테크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정확한 관세 부과 시점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으나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몇 주일 내에 발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중 정부가 양국을 오가며 고위급 협상을 벌여 일부 합의를 끌어내고,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격화될 우려가 커졌다.

중국은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앞서 했던 미중 무역협상 합의가 무효가 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또 북미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무역마찰에 우려를 직접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베이징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은 협력과 상호 혜택 또는 대립과 상호 손실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며 “그동안 중국은 전자를 택해왔다. 미국도 우리와 같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물론 중국은 후자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 유럽연합(EU)도 14일,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의 관세 부과에 맞서 위스키 등 주요 품목들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멕시코도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와 콩에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함에 따라 전운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illustrationcupboard.blogspot.com

세계로 확산되는 戰雲 - EU도 보복관세 결정

유럽연합(EU)도 14일,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의 관세 부과에 맞서 위스키 등 주요 품목들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EU 회원국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에 만장일치로 지지했다”고 발표하면서 EU의 관세가 ‘며칠 내로’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고 설명했다. 이번에 EU가 관세를 부과할 품목들에는 청바지부터 오토바이, 위스키 등 미국을 상징하는 수출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EU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비롯해 캐나다와 멕시코, 다른 동맹국들이 생산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미국과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 달 31일 미국이 끝내 유럽연합(EU)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관세 부과를 확정하면서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할 품목을 작성해 왔다.

EU는 우선 28억 유로 상당의 미국 수입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뒤, 미국이 부과한 규모와의 차액인 36억 유로(40억 달러)상당의 미 상품에 10%에서 50%에 관세를 2021년 3월부터 추가 부과할 방침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미국의 부과가 불법인 것으로 판정되면 두 번째 부과 시일이 앞당겨질 수 있다.

멕시코, 美 농산물 추가 보복 관세 만지작

여기에 멕시코도 연간 40억 달러에 상당하는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와 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는 앞서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즉각 철강과 사과, 돼지고기를 비롯한 수십 종의 미국산 수입품에 맞불 관세를 매긴 바 있지만 미국의 주력 수출품인 사료용 옥수수와 콩은 제외했었다. 지난해 미국은 1400만t의 옥수수와 400만t의 콩을 멕시코에 수출했다.

멕시코 전국농업협의회의 보스코 데 라 베가 회장은 “미국산 곡물에 대한 보복 관세는 2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중대한 위기 국면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남겨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 라 베가 회장은 보복 관세가 미주리와 캔자스, 아이오와, 네브래스카주 등 미국의 옥수수 곡창지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 주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지역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