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지난 15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 가운데,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방선거와 남북 평화무드, 한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낮은 기대 등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월드컵은 역시 월드컵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유럽의 자존심 스페인, 전차부대 독일과 아트사커 프랑스 등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는 수퍼스타를 한 자리에 만나볼 수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강력해진 IT 기술이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IT 기술의 도입부터 시청환경패턴의 변화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의 바람이 느껴진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12번째 선수는 IT 기술이다.

그라운드를 냉정하게 노려보는 IT 기술
올해 초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각 통신사들은 5G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인프라를 강조했다.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이 인간의 손을 떠나 하늘을 날았고, 홀로그램과 트래킹 기술 등이 선수들의 개인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해 보여줬다.

2018 러시아 월드컵도 5G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 최대 통신 사업자인 메가폰이 월드컵 5G 존을 구축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현지 5G 인프라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3GPP가 월드컵 직적인 14일 역사적인 5G SA(스탠다드얼론) 1차 표준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5G NSA(논스탠다드얼론) 표준 발표로 4G와 5G의 가교가 완성된 상태에서, 5G 단독 표준이 최초로 모습을 보인 직후 러시아 월드컵에서 5G 인프라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라운드에서는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도입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공중에 뜬 공을 머리가 아닌 손으로 쳐 골을 넣었으나 심판이 보지 못해 그대로 골 선언된 안타까운 사례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 K-리그에 적용된 VAR. 출처=한국축구협회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현지 12개 구장에는 각각 33개의 방송용 카메라, 2개의 오프 사이드 전용 카메라가 설치된다. 여기에 킥오프가 선언되면 초정밀 모션 카메라까지 선수들을 추적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촬영한 영상은 실시간으로 모스크바에 있는 국제방송센터 내부의 비디오 운영실로 전송될 전망이다. 오심을 잡아내는 카메라만 37개며, 여기에 13명의 전담인력이 비디오 영상 판독을 한다.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먼저 VAR 활용 순간 가이드 라인이다. 매 경기 반칙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심판에 맡겨진다. 다만 레드카드가 나오거나 페널티킥과 같은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바로 비디오 판독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경기의 속도감을 위해 심판의 제량을 보장하지만 민감한 순간에는 37개의 카메라와 13명의 전담인력이 눈을 부라린다는 뜻이다.

오프사이드 판독과 골 여부 판단도 중요하다. 이 때는 VAR이 빛을 발한다. 2개의 오프 사이드 전용 카메라가 면밀하게 관찰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며 모션 카메라는 골 라인만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만약 공이 골라인을 넘기면 모션 카메라가 즉각 주심이 차고 있는 시계에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1초 남짓이다.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한편, 경기를 지켜보는 코칭 스태프도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할 전망이다. 북미에서 인기가 많은 미식축구에서 보이던 '헤드셋 착용한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 3월 국제축구평의회는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코칭 스태프가 전자장비를 착용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선수들은 GPS와 자이로스코프, 심박계 등 미세전자기계시스템이 장착된 선수복을 입는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실시간으로 속도와 활동량, 부상 여부 등을 코칭 스태프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국의 축구 대표팀은 단순히 전술훈련 등 기술적인 테크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실시간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 경기장을 분석하는 전자장비가 눈길을 끈다. 출처=픽사베이

37개의 카메라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선수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코칭 스테프가 확인하는 IT 기술은 경기의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약팀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37개의 카메라가 선수들을 관찰하며 경기에 개입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일 가능성이 높다. 공격을 하는 팀이 상대팀을 몰아칠 때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반칙을 중점적으로 잡아내기 때문에 '요행'을 바라는 약팀, 즉 공격을 당하는 팀에게는 다소 불리하다. 스포츠 정신에는 어긋나지만 '신의 손'이라도 있어야 하는 약팀에게 VAR 기술은 '꼼짝마라'는 엄포를 놓고 있다.

선수들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전술에 활용하는 IT 기술, 'EPTS'(Electronic Performance & Tracking Systems)도 약팀에 불리하다. 상대적으로 축구 강대국, 선진국 대표팀은 일찍부터 IT 기술을 활용해 노하우를 축적한 반면 약팀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은 초보적이지만 EPTS를 적절하게 활용해 우승 확률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EPTS가 강화된 만큼 노하우가 없는 약팀에게는 불리하다. 정신력과 투혼으로 축구하는 도전자들에게는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다만 VAR 시스템은 국내 K-리그에도 도입된 바 있다. 한국 국가 대표팀에게 익숙한 시스템이라 큰 무리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월드컵 개막을 전후해 우승팀을 맞추는 전통적인 여흥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독일 도르트문트대가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으로 월드컵 우승팀을 예상한 결과 브라질과 스페인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물론 점쟁이 문어의 뒤를 잇는 동물들의 아날로그한 선택도 화제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박물관 고양이로 유명한 아킬레스가 개막식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점쳤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5:0 승리로 현실이 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살 마티즈 다터우가 최종 우승팀으로 아이슬란드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먹이통 위에 각 국가의 국기를 꽂아 두고 동물들에게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월드컵? 내 손안의 TV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다음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모바일 동영상 중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짰다. 내 손안의 TV로 월드컵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종합 디지털 미디어렙 광고플랫폼 기업 DMC미디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 시청과 경기 확인을 위해 모바일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은 64.0%며 모바일 채널 중에서는 네이버TV를 이용하겠다(78.2%)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내 손안의 TV에서 즐기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전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네이버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특집 페이지까지 오픈하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특집 페이지는 ▲승부 예측(전경기/빅매치) ▲참가국 국가엔드 페이지 ▲주요 경기 영상 등 다채로운 서비스 섹션으로 구성됐다. 다음도 특집 세션을 마련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TV로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지상파 UHD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SBS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상파 UHD 생중계에 ATSC 3.0 규격이 제공하는 실감방송 기술을 모두 채용해 시청자 감동을 배가할 계획이다. 아프리카TV는 BJ와 응원하는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