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이 몰리면서 골목길이 ‘뜨는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권이란 사고 파는 행위가 이뤄지는 공간적 범위를 말하며 과거에는 지하철역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역세권을 기준으로 형성되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한적한 분위기에 작은 주택들 위주였던 동네 골목길에 젊은 창업자들이 들어서면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대형상권보다 임대료와 권리금이 낮아 가성비가 높지만 대중교통이 제한되고 주차가 불편한 게 흠이다. 그럼에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입소문을 듣고 찾는 발길이 잦아지면서, 교통이 좋은 ‘대형 상권’이 아닌 특색 있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지닌 ‘골목길 상권’이 수요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골목길 상권의 유행에 SNS의 역할을 제외할 수 없는 이유다. 골목길이라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접근성 문제는 스마트폰 지도 앱의 ‘위치검색’을 활용하면 상당 부분이 극복된다. 이 역시 소셜미디어 등 정보를 공유하며 위치정보도 같이 공유하면서 개선됐다.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된 ‘골목길 상권’은 현재 서울에만 수십 곳에 이른다. 이제는 대형상권으로 거듭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녹사평역 근처 경리단길과 6호선 상수역 개통 이후 홍대 통학로 이용되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형성된 서교동 카페거리, 종로구 북촌, 영등포구 문래동, 익선동 한옥마을, 마포구 연남동 골목길, 신사역 8번 출구를 지나 신사중학교까지 형성된 가로수길과 가로수길 뒷골목으로 형성된 세로수길 등 수도 없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골목길 상권은 어디가 있을까.

 

석촌호수 즐기며 아날로그 골목 감성으로 불리는 ‘송리단길’

가장 눈여겨볼 곳은 ‘송리단길’이 꼽힌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품은 송파동 백제고분로 일대가 그곳이다. 이곳은 ‘송리단길’이란 애칭이 붙으며 신흥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파의 ‘송’과 경리단길이 합쳐져 ‘송리단길’이란 애칭이 만들어졌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이곳을 찾은 취업준비생 노 모(26) 씨는 “근처 학원에 있다가 기분전환을 할 겸 SNS를 보고 처음 이곳에 왔다”면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있어서 다음에 남자 친구와 같이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떠오르고 있는 골목길 상권답게 이날에는 ‘녹차가게’를 운영하는 한 창업자도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 상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갔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저쪽 골목길에 있는 한 가정식 음식점 앞에는 식사 시간 전부터 길이 죽 늘어선다”면서 “평일 저녁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 전경.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송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다. 단 6개월 만에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머니 공인중개사’ 임희중 대표는 “송리단길이 본격적으로 뜨게 된 것은 올 초 1~2월 정도”라면서 “석촌호수가 근거리에 있는 데다 정형화된 몰에 있는 것보다 운치 있는 곳에서 여유있게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8호선이 지나다 보니 이 지역을 언젠가는 뜰 곳으로 바라봤다”고 말했다. 임희중 대표는 “제2롯데월드몰 개장 후 낙수효과로 방문객들이 늘어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호재”라고 덧붙였다.

현재 송리단길 일대에 위치한 점포는 몸값이 뛰는 중이다. 1층 기준 전용 면적 33㎡에는 권리금이 3000만~4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임대료는 평균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120만원 사이다. 급격하게 인기를 끌다 보니 단 몇 개월 차이로 권리금을 낸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로 나뉘기도 했다. 올 초에 계약한 한 카페 주인은 “올 초에 계약할 때만 해도 권리금이 없어서 내지 않았지만 길 건너편에서 한창 공사 중인 일본식 가정식 집은 권리금을 4000만원 정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송리단길의 상권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곳에 가게를 내고 싶어 하는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임 대표는 “오늘 하루에만 해도 5~6팀 정도의 문의가 오고 있지만 물건이 없다”면서 “점포를 운영하는 임차인들이 매물을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매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독주택 매물 문의도 많아서 대기팀이 30여개가 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경춘선 숲길 공원 따라 카페 거리가 형성된 공트럴 파트 전경. 출처=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경춘선 숲길 따라 생긴 ‘공트럴파크’ 들어봤니?

골목길 상권으로 최근 젊은 층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경춘선 숲길공원을 따라 형성되기 시작한 ‘공트럴파크’(공릉동 센트럴파크)다. 경춘선 숲길공원은 공릉동을 지나는 경춘선 철길이 지난 2010년 폐선된 이후 이곳에 자갈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 쉼터 등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곳이다. 철길 산책로를 따라서 ‘사랑의 꽃 터널’ ‘마을의 뜰’ ‘철길 들꽃길’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 역시 공릉동의 ‘공’ 자와 센트럴파크가 합쳐지면서 ‘공트럴파크’로 불리고 있다.

‘송리단길’처럼 뜨거운 인기를 몰고 있는 핫플레이스는 아니지만 상권 전문가들은 골목길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초창기 모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공원 초입부터 10평 남짓의 독특한 콘셉트의 의류매장부터 액세서리 가게, 카페 등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서울 마포구 연희동 경의선 숲길공원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한적한 분위기가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숲길 따라 마련된 벤치에는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공트럴파크’는 상권이 조금씩 인기를 끌면서 형성되고 있는 곳”이라면서 “권리금이 없던 곳들에 권리금이 생기고 주택가를 리모델링한 점포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가본 ‘공트럴파크’는 오래된 빌라 대신 빌라형 상가 주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구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곳 연령별 유동인구는 20대 16.2%, 30대 19.4%, 40대 19.7%, 50대 20.2%, 60대 이상 18.9%로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비율이 비슷하다.

신흥상권으로 떠오르는 이곳의 임대료는 어떨까?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공원 메인동선 1층 전용면적 33㎡ 기준 보증금은 2000만원 선, 월 임대료는 80만~100만원 선, B급 점포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 60만~80만원 수준이다. 대부분 신축으로 권리금은 없다. 다만 최근 SNS 등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권리금이 많게는 3000만~4000만원가량 붙은 곳도 생기고 있다. 골목 안 점포는 시설에 따라 다르므로 사전에 임대인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매물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면서 “주로 지역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유입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망원시장에서 망리단길로 향하는 골목 입구 전경. 출처=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망리단길’ 앞으로는 과제는?

망리단길도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이다. 망리단길은 지하철 망원역 2번 출구 이면에 있는 포은로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망원시장 방향으로 뻗어 나온 포은로가 중심축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주택가였지만 홍대와 합정, 연남동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해당 지역들의 임대료가 상승하자 망원동으로 옮겨오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이곳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제2의 경리단길로 불린 이곳은 망원시장을 나오면 시작되는 세련된 공간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었다. 골목길을 따라 과거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슈퍼마켓이나 마을과 세련된 매장들의 공존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었다.

임대료는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망리단길 A급 점포시세는 전용면적 33㎡ 기준 평균 90만~120만원 선이다. 보증금은 2000만~30000만원대다. B급 점포시세는 전용면적 33㎡당 보증금 1000만~1500만원, 월세 70만~80만원이며 권리금은 3000만원 선이다. 특히 망리단길 거리가 인기를 끌면서 과거에는 없던 권리금이 현재는 4000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망원동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오르고 권리금이 높아지다 보니 과거 생활밀찰형 업종들은 임대료가 낮은 지역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새로운 창업자들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과거 골목길 상권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처럼 상가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는 등 당장 수익을 얻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연트럴 파크'라고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 전경.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골목길 상권과 대형상권의 경계선 ‘연트럴파크’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는 상권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녁시간대가 되면 유동인구를 거의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경의선 숲길공원’이 조성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경의선 숲길은 마포구 연남동에서부터 용산구 효창동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가 6.3㎞에 이른다. 경의선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남은 지상공원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넓게 깔린 잔디와 인근 낮은 건물들이 즐비해 한눈에 시야가 넓게 트인다. 이곳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킨다고 해 ‘연트럴파크’란 별칭이 붙었다. 유동인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24.1%, 24.4%를 차지하며 2030세대의 주 모임장소로 불리고 있다.

‘연트럴파크’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곳은 과거 이색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했지만 임대료가 끝없이 오르면서 이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임대료는 공원 초입인 메인동선 3번 출구 쪽 A급 점포는 1층 전용면적 33㎡ 기준으로 보증금 2500만~3000만원, 월 임대료 200만~250만원, 권리금 6000만원 수준이다.

경의선숲길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사람들이 이곳 임대료 등을 물어보면 일부러 임대료를 높게 말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면서 “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상가 건물주나 임대인들이 그보다 더 높게 임대료를 부르는 등 가격이 치솟아 오히려 상권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메인거리에 위치한 전용면적 26㎡ 가게의 월 임대료는 지난해 140만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같은 면적 임대료로 400만원을 부르는 곳도 생겼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남동 상권은 지난 한 해(2016년 4분기~2017년 4분기) 임대료가 12.7% 올랐다. 이는 서울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곳을 찾은 한 출판사 직원은 “과거에는 이곳에 오면 힐링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요즘은 음식점 가격만 비싸고 홍대화되는 것 같아서 과거보다는 찾는 횟수가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