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6.12 미북정상회담이 끝났다. 또 6.13 전국 지방 동시 선거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로써 남북관계, 미북관계, 한국 내 정치지형도는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대결로 치닫던 남북은 대화의 장으로 들어섰다. 14일엔 장성급 군회담이 열렸다. 미북 관계도 과거와는 딴판이다.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고,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늙다리 미치광이’로 부른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주고 받았다. 미국은 북한 핵협상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미국과 북한 맞는가, 이 나라가 한국과 북한이 맞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만큼 한국과 북한, 미국은 다른 모습이다.

이런 달라진 세상에도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바로 경제다. 이제 경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만의 대북 정책을 만들어 미국을 설득하고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남북 간 긴장수위를 낮춘 문재인 정부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를 본다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경제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미국 경제는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 들어 두 번째 0.25% 올리고 연내 두 번을 더 올리겠다고 예고했을 만큼 활황세다. 국내총생산(GDP) 18조5700억달러(2016년 기준)의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성장률은 2.8%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또 실업률은 현재 3.8%인데 연말에는 3.6%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근로자 소득은 늘고 물가는 뛰고 있는 게 오늘날 미국 경제의 생생한 실상이다.

우리 경제는 어떤가? 저성장 그 자체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3.1%)보다 낮은 3%가 정부 목표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2.8%에 그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 실업률은 4월 4.1%이고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근 200만명이 “그냥 쉰다”고 답했을 정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주저한다.

이건 지표 얘기다. 실물경제로 들어가면 실상은 더 암울하다. 한국에서 수익을 내는 대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기업들조차 중국 기업의 맹추격에 시달린다. 전자,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중국의 공습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만 모른 체 한다. 정부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대기업들을 옥죈다. 재벌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가만히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골병이 들어도 심하게 들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을 먹여살린 주력 제조업이 붕괴 직전에 있고 스타트업이 성장하지도 않으며,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 발전하지도 않고 있다. 아무리 외쳐도 규제는 꿈쩍도 않는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지만 반향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최근 만난 금융계 고위 임원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주가가 왜 오르지 않는지 묻자, 그는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주식을 사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가 속한 회사는 중국 주식을 쓸어담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매출 10대 기업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만큼,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주식을 사는 게 장기로 봐서 현명한 투자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요즘 상당 기간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앞으로 10~15년 뒷면 한국 경제는 중국에 뒤지고 한국에는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이 급성장을 보면 그의 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중국의 급성장은 동전의 다른 면처럼 한국에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안겨줄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신발 끈을 다시 죄야 한다. 핵위협의 제거에 이은 중국 경제위협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