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노련한 자영업자인 최 모 씨(53)는 요즘 매일 벽에 부딪힌다는 느낌을 갖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7월 시행되는 52시간 근무제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무시간 조정 등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근무시간제 변경은 불가항력이라 손을 쓰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 LG유플러스는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출처= LG유플러스

최저임금은 이미 7530원으로 올랐다. 그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내는 것으로 이를 해결했다. 부부가 근무 시간을 늘리고 대학생인 자녀도 저녁에 일하는 것으로 인력 공백을 메웠다. 최 씨는 “현재 시간급은 7530원이지만 주휴 수당을 합치면 8000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인건비가 부담이 되어 직원을 구하지 않고 아내와 나, 아이가 함께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주휴수당 지급이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직원을 채용하고 주 5일을 근무하면 하루를 유급으로 쉬게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주말에는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시 한 명을 더 채용해야 하니 이중부담이라고 했다. 직원을 내보냈으니 이 문제는 해결했는데 더 큰 파고가 다가온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바로 주 52시간 근무제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40시간, 여기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규정하는 제도가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최 씨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지만 자영업자에게는 썩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충분히 수긍이 갔다. 도심 오피스 빌딩 주변에서 영업하는 음식점의 경우 낮에는 점심메뉴를 팔아 운영비와 인건비 정도를 건지고 저녁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남기는 구조라고 했다. 가격이 제법 비싼 메뉴, 예를 들어 수육에다 주류를 곁들이면 일정액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데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의 야근과 회식문화가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낳는 미투운동으로 저녁 회식 자체가 사라질 판인데 새로운 근무제 도입은 회식 문화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최 씨는 “최악의 경우 도심의 식당가는 저녁에 손님이 없고 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음식점업을 비롯한 자영업계는 매출하락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업종별 창업, 폐업률 현황에 따르면, 9개의 업종 모두 페업률이 창업률을 앞찌르고 있다. 출처= 소상공인상권분석시스템

이미 기업들은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새벽 조기출근을 없애는 등 시간준수를 위한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시내 대기업인 P사는 조기출근을 아예 없앴다. 통상 직장인들이 아침에 일찍 출근할 경우 회사 측은 샌드위치나 커피 등을 아침식사로 내놓았고 이는 주변 식당가가 매출을 올리는 ‘소중한’ 기회였다.

최 씨는 “정책 변경으로 기업이 도입하는 근무시간제 변경은 우리 자영업자로서는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무시간제 변경이 가져올 파장을 더 걱정한다.

그는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들이 많이 도입한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예로 들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의 직원들은 일찍 퇴근한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컴퓨터를 조기에 꺼버리는 PC오프제를 도입해 근무시간을 줄이고 조기퇴근을 유도한다. 일과 가정의 병립 혹은 균형 즉 워라밸 문화 조성을 위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LG그룹, 하나은행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속속 도입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근무몰입도 또한 높아졌다는 자평이 많이 나왔다.

▲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감소 예측에 따르면 2020년까지 324만4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처= 한국개발연구원

그러나 자영업자에겐 ‘워라밸’ ‘가정의 날’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수요일이 되면 직장인 단체 손님이 없어 썰렁한 매장 탓에 우울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최 씨는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 아니라 매출이 하락하는 날”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삼성이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74제를 시행했을 때 주변 상가와 식당이 큰 타격을 입은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울해 했다. 그는 “근무시간제 변경은 두 가지 경로로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준다”면서 “근무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를 하지 않는 것도 무시 못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는가? 그는 “난감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자기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이 손을 쓸 수 없는 정부와 기업들의 손에 결정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