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사용되는 앱에는 가상통화를 아예 발굴하지 못하도록 하는 앱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그동안에도 iOS 체제는 대용량 가상통화 채굴 앱을 설치하거나 가동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발굴금지를 명확히 한 셈이다. 최근 거래소 해킹과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상통화 업계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 글로벌 IT 기업들의 가상통화에 대한 시각은 온도차이가 있다. 출처=픽사베이

가상통화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ICT 기업들은 대부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MS는 지난 5월 가상통화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금지했으며 검색엔진 빙에서 이와 관련된 모든 광고 콘텐츠를 퇴출하고 있다. 빌 게이츠 MS 창업주는지나달 7일(현지시각) CNBC 인터뷰에서 "생산할 수 없는 자산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비트코인 열풍은 광기도 보이는 투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다. 이들은 가상통화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액션'은 취하고 있으나 내심 가상통화 발행까지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월 가상통화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을 오해시키거나 기만할 수 있는 광고는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바이너리 옵션과 가상통화, ICO와 관련된 광고를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선의의 믿음을 주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다”면서 “이와 관련된 모든 광고를 중단할 것이며, 만약 보이게 되면 꼭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광고는 금지하지만 시장 진출은 타진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올해 초만해도 가상통화에 적극적이었다. 2018 사명서(mission statement)를 통해 가상통화 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중앙권력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가상통화의 가치는 충분하다”면서 “가상통화가 모바일 결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페이스북이 아시아의 다양한 메시지 앱들과 경쟁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사 15주년을 맞아 지난달 8일 인사개편을 단행, 블록체인 팀을 신설한다는 뜻도 밝혔다. 마이크 슈로퍼 최고재무책임자(CTO)가 이끌게 되며 페이스북의 가상통화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슈로퍼 CTO는 미국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이사회 멤버며, 그는 페이스북과 가상통화 시장의 접점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스타그램 쇼핑 기능을 국내에 선보이는 등, 페이스북의 이커머스 전략은 더욱 날카로워지는 중이다. 만약 세계 최대 SNS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며 가상통화와 협력한다면 각 국의 복잡한 세법규정을 피해갈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트위터도 가상통화 광고는 금지했지만 잭 도시 CEO는 가상통화 예찬론자로 분류된다. 비트코인이 10년 내 세계 단일통화가 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펴는 한편, 지난 2월 그가 경영하고 있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스퀘어는 비트코인 거래를 전격 허용했다.

잭 도시 CEO는 "비트코인의 즉각적인 매매를 시도한 것이 의미있다"면서 "우리는 비트코인 거래가 더 큰 금융적 접근을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 CEO는 "비트코인을 구입할 때 1주일에 1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거래는 P2P(개인간 거래)가 아니라 스퀘어 캐시가 거래되는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방식이며 수수료는 없다.

IT업계 올드보이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는 비트코인의 열성적인 찬양론자다. 올해 2월 공식석상에서 비트코인 사기로 약 7만달러를 잃었다고 고백했지만 가상통화에 대한 예찬은 끝이 없다. 그는 지난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단일 통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국내 IT 업계는 가상통화 발행보다 블록체인에 더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과 미국, 싱가포르에 금융신사업을 전담할 신규조직을 설립해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가동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