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 시리즈.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라면 무조건 관람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시리즈의 원작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1979)은 전 세계 SF 애니메이션 역사에 획을 긋고 역사를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기본 세계관과 설정은 이후에 나오는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은 원작 <기동전사 건담>(이하 건담)의 설정과 세계관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작품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는지를 총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자세하게 다시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큰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인류는 계속 증가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 이민을 계획하고 우주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인공의 공간 ‘콜로니’를 만들어 사람들을 이주시킨다. 그렇게 우주 개척이 이뤄진 후 약 70년이 지난 후 지구권과 우주권의 정치권력이 분산되자 지구권의 권력은 우주의 정치 세력들을 통제하기 위한 억압정책을 실시한다. 이에 반기를 든 우주권의 자치 국가 ‘지온 공국’은 ‘지구 연방’에 대항하기 시작하고 이 대립은 곧 전쟁으로 확대된다. 원작이 지온 공국과 지구 연방의 이념 대립으로 희생되는 많은 이들의 슬픔을 대변하는 두 주인공 ‘샤아 아즈나블’과 ‘아무로 레이’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은 두 주인공의 탄생과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건담은 단순히 로봇들이 등장해서 때리고 부수다가 결국 정의의 편이 승리하는 ‘아이들’의 만화가 절대 아니다. 건담에서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은 없다.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발생한 전쟁이라는 비극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든 이들의 슬픔이 바로 작품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물론 건담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이후에 나온 작품들은 ‘아이들 만화’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건담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작품의 퀄리티를 평가할 때 쓰는 말 중에는 제작자들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있다. 극장용 만화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화질과 작화(作畵)로 만들어내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이르는 말인데, 이 측면에서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30여년전의 원작에 대한 경의(Respect)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건담은 분명 일반 관객들에게 그렇게 친숙한 콘텐츠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을 ‘모두가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우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적어도 건담을 아는 이라면 무조건 봐야하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건담의 진중한 세계관을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본 스토리텔링과 최고급 작화 등 모든 면에서 이 작품은 최고의 건담 애니메이션이다.
끝으로 영화관에서 작품을 관람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리겠다.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탄생! 붉은 혜성’은 마블 영화들처럼 엔딩 크레딧 후에 나오는 쿠키영상이 있다. 꼭 마지막까지 보시기를 권한다. 여기에서 전율을 느끼는 자만이 진정한 ‘건담 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