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의 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가 상승으로 대규모 보증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기적으로도 유사한 면이 있다. 부채부담 증가와 동시에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5조3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5조2000억원) 대비 확대된 것이다. 작년 11월(6조7000억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5월말 기준 가계대출잔액은 786조8000억원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이 2조9000억원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개별주택담보대출은 1조2000억원 확대됐다. 아파트 거래량이 줄면서 전월(1조4000억원) 대비 증가폭은 축소됐다. 지난 5월 아파트거래량은 6000호로 전년동기 1만호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집단대출이 1조7000억원 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을 키웠다.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거액 예금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 총액은 499조1890억원이다. 전년대비 33조3160억원 증가한 규모다.

10억원 초과 계좌 총예금은 2010년 초까지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오히려 축소됐다. 하지만 2014년 399조40억원으로 증가한 후 2017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매년 증가세도 30조원대를 기록했다.

2017년말 기준 10억원 초과 계좌의 예금액 증가율은 7.2%로 전체 저축성예금 증가율인 4.7%를 상회했다. 같은 기간 계좌수는 2000개 늘었다. 2013년 말 이후 매년 2000개가 넘는 계좌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10억원 이상의 거액 계좌가 늘면서 부동산 부양에 따른 여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공교롭게도 부동산 부양책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주택가격 상승에 이어 전세가격도 오르면서 대규모 보증금이 예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저축 증가는 투자할 자금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 투자환경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유동성 축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