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주52시간 시행에 따르는 노동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출처=고용노동부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혼란스러운 노동시장을 정리하기 위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무시간을 인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점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종속된 근로자의 시간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2004년 주5일제가 시작된 이후 14년 만에 노동시장을 흔들고 있는 변화인 주52시간 근무제의 근로시간 여부를 정리하기 위해 판단 기준과 사례를 발표했다. 300인 이상 기업은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한다.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구속시간을 의미한다.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명시된 것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뜻을 나타내는 것도 포함한다.

근무시간을 판단하는 원칙은 일괄로 판단하지 않고 개별 사안마다 세세한 사정을 종합해 사례별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근로시간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면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세세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대기시간 등은 어떻게 구분하나?

업무 시간 중 잠시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이 4시간 경과한 후 30분 이상을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휴게시간이지만, 사용자나 상급자가 업무로 복귀할 것을 지시할 수 있을 땐 근무를 대기하는 시간이므로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

야간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휴식과 수면시간이 정해져있지만 취객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들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일하는 경비원이 근로계약상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를 휴식시간으로 사용자와 정했다고 하더라도 경비실에서 대기하면서 쪽잠을 자다가 만취자의 난동이나 층간소음 민원 등 상황이 발생하면 일을 해야하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다만, 교대 등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과 돌발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하는 장소인 경비실 등이 아닌 별로의 공간에서 휴식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별도의 장소가 열악하더라도 휴식시간이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휴식시간 동안에는 임금을 받을 수 없다.

기업 임원의 운전기사는 어떨까? 임원이 저녁에 기업 관계자 등과 술을 마실 때 차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가 있다. 임원의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대기시간으로 인정되고,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돼 임금을 지급받는다. 별도의 장소에 있더라도 임원을 데려다줘야한다는 묵시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대기시간이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임원이 퇴근하라면서 대기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대기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 고용노동부는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고용노동부

강요받은 회식이나 워크숍, 회사 업무와 관련한 접대 시간은 근무시간일까?

회식은 근로자의 기본 노무제공과 관련 없이 사업장을 구성하는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과 조직의 결속,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했더라도 회식을 근로계약 상 노무제공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를 더 효율성을 갖추어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워크숍은 목적에 따라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루어지면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근무시간 범위를 넘어서는 야간 토의 등 또한 연장근로로 인정된다. 다만, 워크숍 프로그램 중 직원 사이의 친목도모 시간이나 단합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워크숍, 워크숍 이후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

저녁‧휴일 식사 접대 등 근로시간이 아닐 때 업무와 관련한 제3자를 만나는 것이 사용자의 지시로 이루어졌거나 보고 후 승인이 있을 땐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상사의 지시나 허가 없이 스스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하거나 휴일에 골프를 치는 등의 접대는 자신의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고 좋은 대내외의 평가 등을 위해 참여할 동기가 있을 수 있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출장 많은 직장 등 주52시간 근무제 지킬 수 없는 특례 업종의 사례는?

출장 등으로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다. 대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통상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판단된다. 

해외 출장 등 장거리 출장은 비행시간뿐만 아니라 출입국 수속시간과 환승시간, 해외에서 이동시간 등 출장지에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출장 등과 관련한 근로시간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A/S 등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수리 업무를 사업장 밖에서 한다면 출장으로 간주해 근로시간으로 본다. 출장지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출퇴근을 단거리 출장지로 출근, 단거리 출장지에서 퇴근할 때에는 근무시간에서 제외할 수 있다.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제외한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의 노동시간 특례업종은 근로를 종료한 후부터 다음 근로를 시작하기 전까지 최소 11시간 연속으로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특례업종과 관련한 정책의 시행시기는 올해 9월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