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향후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냉전시대의 마침표를 찍는 시작점이라며 과거 테마적 성격과는 다르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관련주들은 고평가를 넘어 버블 우려도 높아졌다. 밸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제 개방속도가 관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규모가 작아 이익 기여도가 클지는 의문이다. 또 미국, 중국 등의 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경우 국내 기업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기대감보다는 현실의 한계가 더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회담 후 결과물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모든 시선이 여기에 쏠렸다. 1970년대 초 시작된 미·중·소 데탕트는 냉전시대를 허무는 출발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마침표 격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분단 70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주식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국내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국가 신용등급 상승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외화 조달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이 역시 한국 증시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한국 자본시장, 긍정 측면만 있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남북경협주들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경제협력에 이어 북한 내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따른 이익 발생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남북경협주 중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가 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실제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 폭락은 불가피하다.

▲ 남북경협주 PER 현황(참고: 일신석재 1257배, 제룡전기·동양철관·좋은사람들·현대로템·광명전기 등은 당기순익 적자) 출처=에프앤가이드

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이 빠르게 증가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 개방속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속도가 빠르더라도 국내 기업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149억달러다. 우리나라 GDP의 1%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북한 경제의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단기으로는 국내 기업은 물론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초기에는 경협산업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면서 “상징적 의미가 커 고비용·저마진 구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경제 개방속도가 빠르더라도 국내 기업의 이익개선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가도 높은 수준에 올라 부담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장기으로는 경쟁의 문제도 있다. 이미 중국의 150개사가 북한에 진출해 있다. 또 미국, 러시아, 일본 국적 기업도 잠재적 경쟁대상이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등급이 상향되기 위해서는 통일비용과 지정학적 리스크 축소가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차치하더라도 통일비용은 가장 직접적인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45년간 매년 GDP의 3.9%가 통일 비용으로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규모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이 역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의 경쟁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북미정상회담은 역사적인 일이고, 남북관계도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실제 경제 수혜가 국내 기업으로 언제 이어질지, 얼마나 될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투자’라 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투기’ 중에서도 과열국면”며 “먼저 안정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을 선택하고 경협을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