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체재를 보장하고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앞으로 더 힘을 받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국내 유통기업 중에서는 최근 북한을 포함한 북방지역 사업 확장을 선언한 롯데그룹(이하 롯데)에게 여러 가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일 그룹 내에 ‘북방TF’를 구성하고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 연구·협력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부문의 사업은 북한 관련 사업이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된 남북의 화해 분위기와 더불어 미국-북한 정상회담의 성과들로 그 어느 때보다 남한과 북한의 가시적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롯데의 ‘북방TF’는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오성엽 부사장이 TF장을 맡아 팀을 이끈다. 롯데지주의 전략기획팀 임원과 롯데의 식품·호텔·유통·화학 계열사 임원들,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 등 총 8명이 TF에 참여한다.  

롯데 북방TF장인 롯데지주 오성엽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공장이나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는 것보다는 사회·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북한을 포함한 북방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힘써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적극 협조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향한 롯데의 관심은 약 2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1995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남북 경제협력 방안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북한 진출을 타진한 롯데의 사업 부문은 한국 롯데의 모기업인 ‘롯데제과’였다. 롯데제과를 필두로 북한 주민들에게 제과 제품을 공급하면서 경제교류의 폭을 넓혀가려는 계획이었다. 

당시 롯데의 계획은 실제로 진척이 있었다. 1997년 롯데는 북한의 무역회사인 ‘조선봉화사’와 함께 초코파이 투자를 추진했고 1998년 우리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받고 평양에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당시의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좌절됐다. 이후 롯데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음료 계열사들의 제품을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공급했다.

▲ '북한의 정치경제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2016년 열린 롯데그룹 사내 임원포럼. 출처= 롯데그룹

이후로도 롯데는 언제든 누그러질 수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가정하고 북한시장 연구와 조사활동도 지속해왔다. 지난 2015년 롯데는 16개 계열사의 신사업 전문가 약 20명을 모아 6개월 동안 ‘북한연구회’를 운영했다. 북한연구회는 이후 확대될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현지의 시장 상황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조직이다. 현재 롯데는 6월 운영 시작을 목표로 각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북한연구회 2기 구성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연구회의 여러 성과들은 북방TF와 공유돼 실제 북한 관련 사업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롯데는 20년 이상 축적해 온 북한 관련 정보와 북방TF, 북한연구회로 북한을 포함한 인근 국가와 협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는 중국과 러시아 등 북방 지역에 진출해 있는 식품·관광 계열사들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북한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민간 수준에서 남북 평화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기구 협력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롯데는 식품·유통 외에도 금강산 특구, 개성공단 자재 운송 경험이 있는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활용한 물류 분야에서도 경제 협력도 도모하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 7일 열린 ‘남북경협 비즈니스 전략포럼’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럼에 참석한 400명의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1.6%가 “(투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8.6%가 “매우 높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의 방법론은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치점을 보이고 있다. 김광석 삼정KMPG 대북 비즈니스 지원센터장은 “중국, 러시아 등 인접 국가에 비해 북한에 대한 우리 기업의 관심이 조금 늦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북한과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아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남북의 경제협력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미국-북한 정상회담에서 앞으로 남북관계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성과들이 나온 만큼,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도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롯데는 정부 주도의 남북 교류 기반이 만들어진 이후, 북한에 대한 선행 연구로 시장의 다른 상황을 인식하고 식품·유통·물류사업 계열사 진출로 남북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