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여러 위기 케이스를 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게 녹취와 녹화 영상 같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언론보도가 위기를 만드는 주요 소스였다면, 요즘에는 일반인이 공유하는 녹취 녹화 영상이 주요 소스가 된 것 같아요. 요즘엔 모든 사람이 미디어라고도 하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미디어(Media)의 정의가 조금 달라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도 예전 같으면 신문이나 TV 같은 언론매체(Press)를 미디어로 주로 정의했는데요, 최근에는 그 범위가 ‘내 주변 모두가 미디어’라 할 정도로 그 폭이 넓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논란이 되는 녹취 녹화의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언론매체가 주로 그런 취재와 보도를 감행했지만 지금은 거래처 직원, 운전기사, 일선 직원, 식당이나 술집 주인, 행인이나 배석자 또는 가게 손님 등이 그 일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활용 가능한 개인 매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취재물(?)을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넘어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언제든 누구에게든 공유 가능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언론매체는 이제 그런 공유물을 따라가며 보도하는 2차 미디어가 되었다고도 보입니다.

이제는 언제 자기의 말이나 행동이 온라인에 공유될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개인적인 메신저 메시지나 SMS, 지시사항들도 그대로 공개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끼리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제는 아주 ‘위험한 이야기’가 되어 버립니다. 기자 앞에서는 절대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가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주변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 진행하는 모든 것 또한 온더레코드(On-the-record)가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미디어트레이닝에서는 경영진에게 기자들 앞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진이 기자에게 했듯 일반인에게도 언제나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상의 폭이 훨씬 넓어진 것이죠. 긴장하고 커뮤니케이션이나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나 시기도 훨씬 확장된 것이고요.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진은 이제 누구를 만나든 그와 어떤 이야기를 하던, 예전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익힌 것과 같은 전략을 똑같이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TV 카메라가 하루 24시간 자기 주변에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신중히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자에게 공손하게 대하듯 일반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리해야 안전합니다. 심지어 사적 모임을 하고 식사나 술을 한 잔 하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예전에는 논란에 관련된 설화(舌禍)를 일으킨 경영진은 이런 변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틀린 말을 하진 않았다” “내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이런 경영진의 주장에 대해 언론이나 공중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이런 시각이 이제는 거의 경영진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에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기업 경영진은 행동이나 말을 하기 전 항상 마음속으로 ‘이것이 현재 상황에서 적절한 것인가?’라는 검증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최소한 ‘적절한 것으로 비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습니다. 본의 아닌 논란과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미디어의 새로운 개념과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주요 경영진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설화와 논란 그리고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그 피해는 그 자신을 넘어 기업 전체에게 큰 데미지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동과 입을 통제하면 예전과 같이 미디어를 통제하려는 노력은 불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기관리는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큰 의미이며 변화입니다. 경영진 스스로 이해하고 적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