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완화를 논의할 오는 22일 정례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산유량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 가능성과  미구그이 제재에 따른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 등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대한 공급차질이 생길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OPEC은 감산합의를 완화하고 하루 100만배를 정도를 증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OPEC과 함께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미 증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증산과 맞물려 러시아와 OPEC이 공식으로 증산에 나선다면 국제유가 오름세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산유량 추이.출처=블룸버그 캡쳐

러시아의 인테르팍스통신은 지난 8일 러시아의 6월 첫 주 산유량이 하루평균 1109만배럴에 이르렀다고 석유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OPEC과 함께 이행하고 있는 감산합의로 러시아에 부과된 할당량(쿼타.1095만배럴)보다 14만3000배럴 많은 것이며 러시아가 감산의 기준으로 삼는 2016년 11월 최대 산유량보다 단 10만배럴 적은 것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과 블룸브거통신 등이 전했다.

러시아 에너지부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러시아의 산유량은 1097만배럴로 쿼타량을 3개월 연속 초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의 산유량이 늘었다. 로즈네프트는 하루 12만~15만배럴의 생산여력을 갖추고 있어 여차하면 하루 10만배럴은 쉽게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즈프롬 네프트도 산유량을 빨리 널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감산합의 결과로 생긴 고유가의 수혜를 보기위해 생산량을 늘리기를 원하고 있다. 

OPEC 회원국과 기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이행률은 지난 3월 161%에서 4월 162%로 올랐다가 5월에는 152%로 하락했다. 그만큼 감산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다. 

OPEC의 산유량은 2005년 하루 3510만배럴에서 2016년 하루 3935만8000배럴로 급증했지만 감산합의 이행후  3200만배럴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월 1000만배럴을 조금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유가 바람을 타고 미국의 산유량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000만배럴을 넘었고 미국은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간 가격차(약 11배럴)를 활용해 수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막대한 원유수출 수입을 올리고 있다.

▲ 브렌트유 가격 추이. 출처=EIA

11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6%(0.36달러) 상승한 배럴당 66.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브렌트유 8월 인도분은 전날대비 보합세인 배럴당 76.4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만 보면 2017년 감산합의 이행 영향으로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6월22일 밸러당  42.74달러에서 오름세를 타 지난 5월 22일 배럴당 72.2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 WTI 가격 추이.출처=EI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1080만배럴로 1년 전(931만8000배럴)에 비해 149만배럴 이상 증가했다. 누적평균 생산량도 하루 1038만8000배럴로 1년 전(914만2000배럴)에 비해 138만배럴 증가했다. 

미국의 산유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은 주목한다. 가동중인 원유채굴기숫자가 지난 8일 862개로 전주에 비해 1개 늘었다. 지난 18주 중 13주 연속으로 채굴기 수가 늘어났다. 원유채굴기 숫자가 미국 산유량의 대리지표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미국의 산유량이 꾸준히 늘어났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OPEC 3대 산유국인 이란과 최대 매장량 보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감산과 지난해 초부터 이행하고 있는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에 따른 공급부족이 가져올 유가상승에 직면한 OPEC은 원유수입국들의 경제사정과 원유수요 등을 감안해 배럴당 8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계속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오는 22일 정례회의에서 증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자기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유가를 균형상태로 올려놓았는데 미국이 앉아서 그 과실을 챙기는 것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그럴 경우 유가는 하향 안정의 길을 걸을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11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EIA와 투자은행 등이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 등으로 국제유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EIA는 지난달 내놓은 유가전망에서 WTI는 2분기에 밸러당 68달러, 3분기에 67달러, 4분기에 65달러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