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맥퀸과 그가 생전 착용한 롤렉스 서브마리너. 출처=필립스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지난해 필립스 경매에서 역대급 시계가 탄생했다. 2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가 바로 그 주인공. 그리고 올해 필립스가 또 하나의 전설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0월 뉴욕에서 열리는 필립스 경매에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출품된 것. 스티브 맥퀸은 폴 뉴먼과 함께 1960년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스타다. 영화 <르망>에서 태그호이어 모나코를 착용한 것으로 유명해 ‘스티브 맥퀸’하면 보통 ‘태그호이어’를 떠올리지만 스티브 맥퀸은 생전 롤렉스도 즐겨 찬 모양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스위스 시계 전문 경매 업체인 안티쿼럼에서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2억 5천만원대에 팔린 이력이 있다.

 

▲ 오는 10월 뉴욕에서 열리는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스티브 맥퀸의 롤렉스 서브마리너. 출처=필립스
▲ 시계 뒷면에 로렌에게 전하는 맥퀸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출처=필립스

이번에 출품된 시계 역시 서브마리너다. 1964년 제작된 레퍼런스 넘버 5513 모델로 스티브 맥퀸이 1960년대에 구입해 1970년대 후반 스턴트맨인 로렌 제인스에게 선물한 시계다. 맥퀸과 제인스는 1958년부터 함께한 동료로 영화 <블리트>, <겟어웨이>,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 10편이 넘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스티브 맥퀸의 시계 뒷면에는 ‘로렌, 세계 최고의 스턴트맨에게. 스티브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스티브 맥퀸이 서브마리너를 차고 있다. 출처=필립스

맥퀸과 제인스의 우정이 담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각별한데 시계가 경매에 출품된 과정에 얽힌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가지고 있던 제인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마가 덮쳤다. 2016년 이 지역에 불어닥친 산불로 제인스의 집을 포함한 18채의 집이 모두 불타버린 것이다. 모든 것을 잃은 줄 알았다. 그러나 제인스의 집이 불탔다는 소식을 들은 할리우드 기념품 수집가이자 비벌리힐스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마이클 아이젠버그는 화마 가운데 살아남은 물건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제인스의 부인과 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인스의 부인과 딸이 잿더미 속에서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찾아낸 것이다.

 

▲ 예상 경매가 6억원대의 스티브 맥퀸 서브마리너. 출처=필립스

불에 탄 시계가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했다. 시계는 곧바로 롤렉스 본사로 보내졌고 긴 복원작업 끝에 새 생명을 얻었다. 아이젠버그는 제인스 가족으로부터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를 사들였고 이후 필립스 경매에 시계를 내놓았다. 필립스가 정한 스티브 맥퀸 서브마리너의 예상 경매가는 30만~60만 달러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억원대에서 6억원대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러나 200억원에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의 예상 경매가가 11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스티브 맥퀸의 서브마리너 또한 예상 경매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올 10월 폴 뉴먼 데이토나를 잇는 또 다른 전설의 시계가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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